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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꽃다발 Jul 28. 2024

엄마라는 부캐릭터로 만든 회색 명함 '출간작가'

모든 정체성은 부캐릭터다


6월 서귀포에서 30명의 엄마(아빠) 작가가 탄생했어요. 시작의 촉진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낸 이야기 또 포기한 아쉬운 분들에 관하여 계획대로 되지 않은 과정들까지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돌보는 삶을 사는 양육자들에게 가장 높은 허들은 ‘나까짓게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였어요. 슬프고 사랑스러운 돌보는 삶. 원래 가장 귀한 일은 가장 쓸데없어 보이죠. 저는 대답합니다. 돌보는 삶이야말로 작품이라고요. 당신 자체가 작품인걸요.


노키즈존이 난무하고 직장도 프로그램도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삶. 스스로가 가치롭게 여길 수 있도록 독려해 주는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사회에 요구하기보다는 양육자 자신들끼리 독려해야 했어요.


두 번째 허들은 ‘이런 말까지 해도 되나?’였어요. 수위조절을 하시려는 거죠. 판단을 받을까 봐 지레짐작 판단을 하게 됩니다.

돌보는 삶은 자신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삶이에요. 그 와중에 약함을  드러내기 즉 진실해지기란 참 어렵습니다. 조금만 드러내어도 도마 위에 오르거나 색안경을 낀 시선과 마주해야 하잖아요. 엄마도 사람인데.. 세상은 말들이 많습니다. 아동인권도 있고 학생인권 장애인권도 있지만 모두의 인권 안에 양육자인 돌보는 삶의 인권은 주목받지도 않아요. 우리는 약함을 드러낸 순간 우리들의 관념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이에요. 그 관념들 앞에서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저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순간적인 방어로는 힘을 주어 관념을 꺾어버리거나 제 약함을 숨기고 싶을 거예요. 그러나 늘 좁은 길이 사랑이라고 믿어요. 제게 좁은 길은 저도 모르게 숨거나 공격하려는 순간적인 결심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만만한 사람이 되기로요.


세 번째 허들은 ‘내 글이 자랑이 되는 것 같다’입니다.

“자랑질 좀 하면 어떤가요?”라고 대답했지요. 엄마들은 자랑하고 싶은 것도 꾹 꾹 누르며 살고 있어요.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욕구. 그걸 본인이 무시하며 살고 있어요. 제 믿음은 작가는 관심받아야 사는 사람입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면 성공한 작가가 되어있겠지요? 다시 말해 자랑질도 약함을 표현하는 일이라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허들이 앞에 놓인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에 가진 공감능력이 발현된 거라 여겨요. 내 자랑질이 다른 이에게 공허함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까? 또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할 때  그걸 갖지 못한 다른 이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실은 이 허들은 누가 앞에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 엄마작가의 배려심에서 나온 허들인 거예요. 이조차 아름답습니다.


저는 다섯 가지 색깔이 신비로워요.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하양 말이에요. 그 다섯 가지 색이면 모든 색깔이 나와요. 오방색과 그 중심도 참 신비로워요. 색이 빛일 땐 중심이 투명하고 그저 색깔일 땐 검어지는 신비말이에요.


우리는 중심이 투명하기도 하고 검기도 해요. 살아내려고 검어지고 또 살아있기에 투명하죠?

인생이 모두 부캐릭터라면 평생진로도 없는 거죠? 돌보는 삶은 오히려 자유로워요. 우리는 단 하나의 캐릭터를 소유하지 않았어요.  


제가 꼭 끌어안고 있는 책이 있어요.

<나는 자주 죽고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싶었다>_아른힐 레우벵

조현병 환자를 돕는 조현병 환우이자 심리학자 아른 힐 레우벵의 회색빛 책이죠. 이 책은 저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아픈 자는 도울 수 없다’ 아니라 존재는 존재만으로도 도울 수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해 줘요.


돌보는 삶은 부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마음 아픈 사람에겐 회색의 명함을 내밀고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할 수 있으며 잘난 이에겐 색상의 명함으로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검은색명함은 주지 않을 거예요. 잘 난이도 정말 잘났으면 잘난 이를 저에게 내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검은 명함으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회색명함을 줄 수 있게 독자분들이 도와주세요.


돌보는 삶을 살고 있는 양육자라면, 그 삶이 브랜딩이 되길 원하신다면 댓글이나 제 이메일로 문의하세요.

proqueen1004@naver.com  숨 쉬는 꽃다발


여러분의 고민은 저도 살려요. 살아있는 글을 올리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제가 먼저 검은색명함은 만들지 않기로 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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