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줄거리
안면기형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어기’. 10살이 되는 해 처음으로 학교를 가기로 한다. 우주인 헬멧 밖으로 나서는 어기. 존재 자체 감탄사 절로 나는 어기와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원더>의 첫인상은 장애를 가진 소년의 이야기였습니다. 포스터 속 우주인 헬멧을 쓴 소년의 모습이 귀엽고 신기하기도 했죠. 영화 속에서 어기 네 집이 어기를 중심으로 도는 우주 같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전 우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외로움과 공허함이 떠오릅니다. 소리도 디딜 곳도 없이 오직 어둠만이 있는 곳이 잖아요. 작은 헬멧 안에서 살아가는 어기가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지 가늠도 안 가더군요. 하지만 우주는 아름다움도 있죠. 우주에 가득한 별, 그 안의 행성들. 어기의 우주에도 엄마, 아빠, 누나, 친구들이라는 아름다운 행성들이 있습니다. 어기의 우주에서 아름다운 행성들을 지켜보는 것으로 영화는 행복한 영화였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오직 외부 조건에 의해서만 속도와 방향이 바뀝니다.
시작의 두려움
이 곳에서 네가 혼자일 거란 생각을 하겠지만 아니란 걸 알아둬.
어기가 학교에 가는 일은 엄마와 아빠, 누나에게도 무서운 일입니다. 이 들이 만든 어기의 우주를 길 한복판에 던져 놓는 거나 다름없죠.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망가뜨릴지 알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죠. 다만 자신이 아는 한 마디의 용기와 다른 이들의 친절을 바랄 수밖에. 어기가 처음 학교로 들어서던 뒷모습이 전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늘 처음이 두렵고 어렵고 외로웠으니까요. 그리고 영화는 어기의 시작과 함께 엄마의 잃어버린 삶, 누나 비아의 새로운 삶의 시작도 보여줍니다. 어기가 가진 특별한 특징으로 남보다 더 쉽게 상처받을 순 있겠지만 우리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그의 상처에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시선의 폭력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이 시선의 폭력성이었습니다. 어기는 학교의 앞뜰이 가장 싫다고 말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곳. 모든 학생들이 한번. 그리고 고개를 돌린 뒤 또 한 번 어기를 쳐다보는 곳이죠. 어기를 보지 않아도 보지 않으려 참는 시선이 느껴지는 거죠. 원하지 않게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일은. 왠지 나의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있어선 안될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한 기분을 만듭니다. 하지만 어기의 상상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모습은 모두의 시선으로 환호받는 모습입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역시 사람밖에 치유할 수 없는 일일 테죠. 저도 그들의 한편에서 진심으로 어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기적을 만드는 아이
어기의 방 한편에는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썼을 것 같은 팔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끔 카메라에 그 팔찌들이 담길 때 전 어기가 수차례의 수술에도 완전히 낫지 않은 것이 아닌 수차례의 수술도 이겨낸 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어기가 장애를 가져서가 아니라 그것을 이겨낼 힘을 가졌기에 특별한 아이인 거죠. 가족들에게 받은 선한 영향력이 어기를 통해 만나는 모든 이 들에게 전해지고 영화 밖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영화의 마지막에 위대한 힘은 강한 힘이 아니라 옳은 곳에 쓰는 힘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옳은 곳에 힘을 쓰는 방법을 알려준 건 바로 어기였겠죠. 너를 잘 알기에 네가 예쁘다는 내 말을 믿어도 된다는 엄마의 말, 넌 싫을지 모르지만 난 네 얼굴이 제일 좋아라고 말해주는 아빠. 핼러윈 사탕을 모두 양보해주는 누나. 언제든 전화해도 좋다는 누나의 친구. 이 빛나는 행성들이 어기의 우주에 빛나고 있고 이들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