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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환절기

짐작하지 못했던 계절을 만나다.

by 니니

영화 : 환절기 (2018)

출연 : 배종옥, 이원근, 지윤호

줄거리 : 필리핀에서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아들 수현(지윤호)과 둘이 사는 미경(배종옥). 어느 날부터 수현이 친구 용준(이원근)을 집으로 자주 데리고 오며 가까워집니다. 용준 덕에 밝아지는 수현을 보며 고마우면서도 가정사가 어두운 용준이 안타깝기도 한데요. 점점 아들처럼 가족처럼 살게 된 이들에게 사고가 찾아오고 사고로 인해 수현은 식물인간이 됩니다. 그리고 수현과 용준이 자신이 아는 그 이상의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미경과 용준을 따라 흐릅니다. 수현으로 인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수현의 빈자리로 인해 불어닥친 폭풍우로 인해 갑작스러운 계절을 만난 나게 되죠. 미경은 낯선 아들과 남편의 외도를 마주해야만 했고 용준은 삶의 유일한 햇살이던 미경과 수현을 잃어야 했고 미워하던 아버지의 죽음도 겪어야 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자꾸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미경과 용준은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특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용준의 캐릭터가 마음에 남으시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내내 살이 한 커플 벗겨진 채 태어난 아이처럼 쉽게 상처받고 상처에 배로 진동하는 모습을 보면서요. 어딘가 위축되어있고 그에 대한 평가에 동정심이 따르고 항상 자신의 상처보다 그 상황에 대한 눈치를 더 살펴야 하죠.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용준을 보며 그제야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걱정이 덜어졌습니다.

불편할 텐데 괜찮겠어?
불편 끼치지 않을게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영화가 아닌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영화이기 때문이겠죠. 이 영화에는 분명 퀴어 영화라거나 게이 영화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용준과 수현의 이야기보다 미경과 용준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겠죠. 두 사람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려다 보니 용준은 모든 책임에서 대부분 한 발작 멀어져 있습니다. 사고 당시 운전을 한 사람도 수현이었고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 역시 수현으로 보입니다. 그 덕에 미경은 사건에 대한 책임 대신 용준에서 분노를 물을 수 있고 수현 역시 현실적인 죄책감 대신 후회에 잠기게 되죠. 차라리 나였으면 하는.


사고로 인해 인물들은 자신들이 서로 다른 계절에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른 계절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행히 그것은 화해할 수 없는 곳에 산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경과 용준은 수현의 곁에 머무르기 위해 서로의 계절에 가까워지려 하고 환절기를 견뎌 냅니다. 상처 투성이인 서로의 계절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결말은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긴 어려울 거란 생각도 있습니다. 다만 비바람을 지나온 두 사람은 이제 한 계절로 들어와 있었고 그 시간을 지내지 못한 수현은 아마도 뒤늦게 계절을 쫓고 있기에 작던 크던 다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저 지독한 환절기를 지낸 그들이 이제 찬란한 계절을 맞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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