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예쁜 일본의 청춘 영화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예쁜 벚꽃 장면이 인상적인 일본의 청춘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모두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실사판 영화이고 오글거림이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일본에서 벚꽃이 피는 시기는 졸업 시즌이기도 입학 시즌이시도 합니다. 학창 시절을 담은 이야기에서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는 벚꽃은 설렘을 주기도 슬픔을 주기도 하는 꽃입니다. 그렇기에 청춘 영화에서 벚꽃 씬이 중요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기도 하죠.
너에게 닿기를 (2010)
: 쿠로누마 사와코(타베 미카코), 카제하야 쇼타(미우라 하루마)
줄거리
쿠로누마는 긴 머리와 굳어있는 표정으로 오랫동안 '사다코(영화에 나오는 귀신)'라고 불리며 모두가 꺼려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착하고 남몰래 궂은일(더러운 걸레를 빨아 둔다던가 체육관의 배구공에 바람을 채운다던가 섞인 쓰레기의 분리수거를 하는 일 등..)을 도맡아 하는 성실한 학생이죠. 카제하야는 성격 좋고 잘생긴 학교의 인기 남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쿠로누마의 미소를 보고 그녀의 진면모를 알아보는 남자 주인공이죠. 다소 외톨이었던 쿠로누마가 카제하야를 만나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맞습니다. 줄거리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결말도 예상이 가실 테지요.
이 영화를 추천하게 된 장면입니다. 학기가 시작되는 날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입니다. 카제하야에게 쿠로누마가 길을 알려주며 두 사람은 처음 만나게 됩니다. 커다란 벚꽃 나무 아래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쿠로누마의 머리칼에 붙은 하트 모양 벚꽃을 떼어주는 카제하야. 영화의 시작을, 두 사람을 시작을 만들어준 벚꽃이 등장하는 장면이죠.
영화의 관전 포인트랄까. 추천의 이유는 이 선한 두 사람의 이야기의 순수한 매력이 있고 쿠로누마가 우정과 사랑을 배워나가며 쿠로누마와 그녀를 알아봐 주는 친구들의 마음이 정말로 이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우라 하루마의 젊고 청량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영화기도 합니다.
아오하라이드(2014)
: 후타바(혼다 츠바사), 코우(히가시데 마사히로)
줄거리
새 학기가 시작되고 따돌림당한 경험이 있는 후타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뜻밖의 상황에서 긴가민가 했던 중학교 때 첫사랑 코우가 나타나 도와주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귑니다. 후타바와 떨어져 있는 동안 가족의 붕괴와 엄마의 죽음을 겪었던 코우는 전과 다르게 어둠이 짙은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사정의 친구를 외면하지 못해 같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죠. 이런 코우와 친구들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후타바가 새 학기에 대한 설렘과 걱정을 떨치기 위해 벚꽃 길을 숨 가쁘게 달리는 장면이 영화의 첫 장면입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본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가 원작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 원작을 보지 않고 보아서인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귀엽기도 하지만 로맨틱한 장면이 많았던 학원물이었네요.
오렌지
: 나호(츠치야 타오), 카케루(야마자키 켄토)
줄거리
어느 봄날. 등굣길에 벚꽃처럼 날아든 편지를 받은 나호. 편지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학교에서 별생각 없이 편지의 첫 장을 읽는데, 편지의 내용처럼 카케루가 전학을 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신기하기만 한 나호. 다음 장에도 편지에는 자신이 후회하게 될 일들이 적혀 있고 대부분 카케루와 관련된 일들인데 나호와 친구들이 후회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카케루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내 친구들은 카케루와 친구가 되고 벚꽃 구경을 가자는 약속을 한 이후 돌연 열흘 간 학교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사이 벚꽃은 다시 져버리고 다음 해에 다시 같이 꽃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위해 모든 친구들이 힘을 모으게 되죠.
당연히 풋풋하고 순수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짐을 짊어진 카케루와 함께 그 무게를 나누려는 친구들이 있고 그곳에 오롯한 사랑이 있죠. 영화 자체도 카케루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밝아 보이지만 속을 볼 수록 어두운 면이 나타나죠. 그렇기에 웃으려는 노력이 아름다운 영화 이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인 야마자키 켄토와 츠치야 타오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배우이고 잘 어울리는 커플을 보는 재미도 분명 있을 듯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나호처럼 말 한마디 크게 못한 채로 억압돼있는 여자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저런 캐릭터가 많은 건 어쩌면 일본인들의 로망에 가까운 첫사랑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 영화들은 모두 개연성이라던가 발연기라던가 하는 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청춘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참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신 배경이 아주 예쁘고 이들의 순수함을 느끼며 정신을 맑게 할 수도... 아무튼 벚꽃맞이 준비를 위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