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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를때리면안되는데
Jul 30. 2022
퇴사하고 6주가 되었다. 퇴사 직후 일주일 정도는 종종 일하는 꿈을 꾸었고, 그 후로도 1~2주는 철저히 회사를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다. 종종 떠오르는 생각을 일부러 억제했고, 회사 쪽으로는 가지도 않았다. (집이 근처라 일부러 피하지 않으면 그쪽으로 다닐 일이 생긴다.) 혹자는 '일 독(毒)을 뺀다' '회사 독을 뺀다'라고 하던데, 나도 그런 독을 빼는 것에 한 달 이상을 쓴 것 같다.
이제 독을 빼는 시간은 거의 끝나가는 느낌이다. 그냥 몸이 안다. 벌써 회사 다니던 시절이 전생의 기억처럼 멀다.
퇴사하고 한 일은 거의 없다. 물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똥도 싸고 트위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했지만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니까, 누가 뭘 하며 지내냐고 하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중에 특별히 '이걸' 했어요라고 말하게 되는 유일한 일은 발레학원을 다니는 일이다.
퇴사하고, 나의 직업적 미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발레나 배우러 다닌다니 얼마나 한량 같은 소리인가.
음... 내가 부자인가? 아니다.
퇴직금을 많이 받았나? 아니다.
미래의 기대 수입이 있는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요즘 발레학원에 다니고 그 외엔 그저 놀고먹는단 이야길 하면 친구들이 좋아한다. 일단 내가 운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 반가워 독려하는 것이겠지만, 또 한편으론 미래 계획엔 별 도움도 안 되지만 개인적으로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 어쩌면 다들 한량처럼 살고 싶지만... 당장 그럴 수 없는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주변의 임시 한량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걸까.
임시 한량은 브런치에 쓸 이야기가 이것뿐이다. 당분간 놀고 먹는 이야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