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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끝찡 Jun 22. 2023

제주도로 가는 배가 타고 싶었다.

제주도로 가는 배가 타고 싶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배가 수리 중이라 배를 타려면 목포로 가야 했다. KTX를 타고 목포를 갔다. 다음 날, 아침 목포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선실보다 갑판 좋아 갑판 위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온몸이 탔다. 선크림을 팔과 목, 다리에도 발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를 타는 것이 목적이었고 제주도는 수단이었던지라 제주도에서 별 계획을 짜지 않았다. 렌트를 하지 않았더니 제주도는 정말 갈 곳이 없더라.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저녁 비행기를 예약했다. 


다음 날, 아침… 아무리 제주도가 목적이 아니었다 치더라도 제주도는 충분히 주체에 가깝다. 6시간 렌트를 했다. 경차 렌트가 2만 원 밖에 하지 않더라. 6시간 동안 뽕을 뽑겠다는 요령으로 서귀포까지 제주 한 바퀴를 돌았다. 주유 칸이 두 칸만 떨어져 셀프 주유소에서 만원만 주유했다. 만원 넣기 쪽팔려 셀프 주유소를 찾았다. 딱 두 칸이 채워졌다.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갔다. 일부러 일몰 시간 왼쪽 좌석을 티켓팅했다. 하늘에서 직접 보는 일몰은 장관이다. 창 밖만 멍하니 봤다. 비행기에서도 얼굴이 탈지 몰랐다. 젠장, 선크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늘 부족하다. 



8시가 넘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짐이 많아 택시를 타야 했다. 집이 겨우 택시비 만원 정도 나오는 거리라 기다리는 택시 타기 민망하다. 그러나, 김포공항에서 하이재킹이 불가능하다. 결국, 기다린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이야기했는데  기사님이 말씀이 없다. 목적지까지 침묵이 이어졌다. 골목 설명하는데도 눈치가 보였다. 딱 만원이 나왔다. 카드계산요! 라고 말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기사님 목소리 한 번 듣지 못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9시 헬스 PT가 있었다. 몸이 피곤했지만 미룰 수 없었다. 그날따라 선생님이 스쿼트를 시키신다. 무게를 많이 쳤다. 몸이 뻐근했지만 스쿼트는 늘 자신 있었다. 헛둘헛둘~ PT가 끝나고 집에 왔는데, 응? 허벅지에 힘이 안 들어간다. 뭐지? 일어서려고 하면 철썩… 주저앉고 만다. 또 철썩… 자꾸 무릎을 꿇는다. 이틀 동안 KTX, 배, 비행기. 중력을 거스르는 운송수단들의 몸에 신경들을 자극했던 것일까? 그 몸상태에 스쿼트는 독이었다. 


요령이 생겨 뒷벅지에 힘을 주고 걸었다. 야밤에 편의점을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뒷벅지에 힘을 주고 걸었다. 훗! 금방 적응했다. 걸을 수 있어! 방심하고 휴대폰을 보는 순간…


철썩... 힘이 풀렸다. 골목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주변에 손으로 짚을 것이 없다. 일어날 수 없었다. 무릎으로 기어갈 수만 있었다. 골목 코너로 겨우 기었다. 주차되어 있는 차가 있었다. 짚으려는데 순간… 기어이 차의 브랜드를 보고 말았다. 


포르쉐였다. 도저히 손으로 포르쉐를 짚을 수 없었다. 이상하게 자존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야밤이라 하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동거를 하고 있다. 놀란 여자친구가 달려 나와 날 이르켜줬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여자친구의 부축으로 난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나는 그녀와 9월에 결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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