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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 Feb 21. 2019

선택의 풍요가 만든 변화

경제적 발전의 부산물로  얻은 선택의 풍요에 대한  의미  고찰

 경제적 풍요를 판단하는 단적 기준으로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들의 종류가  늘어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의 풍요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 현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가치관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먼저 과거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경제 발전 초기의  대중적 소비 기준은 이러했던 것 같다. ( 응답하라 1988 시기 즈음으로 보면 되겠다.)

첫째,  원하는 것의 대부분은 그 물건의 일반명사였다.
즉,  커피를 찾는다면 커피란 그 단어가 선택의 목표이자 결과였다.  자동차도 그러했고, 청바지도 그러했다. 굳이 구분하면 상표 + 일반명사로 상품을 판단했다.

돌째, 그나마 차별화한 접두어들이 일반, 고급 등이었다.
최근까지 대다수 커피자판기에 고급과 일반의 구분이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셋째, 생산자가 소비자의 기호를 결정했다.
이 시대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춘 상품들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생산자가 정한  표준화된 기준에 거꾸로 기호를 맞춰야 했다.  내겐 느끼해도, 짜도, 달아도 다른 대안은 없었다.

넷째, 소비의 본질보다 구매의 가치가 더 중요했다.
당시엔 선택의 폭만 좁은 것이 아니라 소득 대비 상품 가격도 높았으므로 구매 자체가 소비보다 더 기쁨이 컸다. 예를 들면,  바나나에 대한 맛과 영양학적 가치보다는   값비싼 바나나를 그것도 겨울에 산다는 행복감이 더 컸다.

결국 당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상품 소비에 덜 노출되었고 또한 덜 민감했다. 구매할 돈도 상품들도 부족하다 보니 소비하는 절대 시간과 횟수 자체가 적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도처에 선택할 대상이 무궁무진한 현재의 우리의 소비문화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첫째,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이름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소비하려는 대상물의 종류가 너무나 세분화, 다양화되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없다. 일반명사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라진 것이다. 검색이 필수 전제가 된 것이다.

둘째, 가격과 브랜드만이 아닌 복잡한 조건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요구르트만 해도 유산균 원산지, 원유 비율, 첨가 요소 종류에 따라서 특성을 구분하고 차별화된 수십 가지의 선택 기준들이 존재한다. 물건 하나를 정의하는  키워드 3개 이상은 기본이 된 것이다.


셋째,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따라야만  팔 수 있게 되었다.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잠재된 기호를 찾아서 새로운 상품으로 매칭 해주는 고도의 제품화 마케팅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더욱이 과거와 현재의 기호, 그리고 미래적 기호가 공존함으로써 생산의 다변화는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넷째, 제품의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100만 원짜리 옷이나 몇만 원짜리 옷이나 품질의 차이는 거기서 거기가 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디자인조차 점차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섯째. 구매가 주는 즐거움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필요 이상의 구매를 하는 것이 대중화된 오늘날 구매 즐거움은 아주 짧게 존재한다. 동시에 물건의 존귀성도 사라져 가고 있다. 소더비 경매의 골동품과 같이 나만이 소유할 수 있으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한 다 그렇고  그런 것이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바뀔 것인가?

크게 보면 선택 폭의 다변화는 결국 각자 소비의 다양성으로 귀착될 것이므로, 남을 흉내 내거나   남보다 더 비싼 것을 더 많이 갖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남과는 근본적으로 내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은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더 많은 것, 비싼 것을 갖았다는 점에 타인들이 가치를 크게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BENZ와 BMW도 70년대처럼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차가 아니라 발에 차이는 시대에는 희소가치란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국산 소형차의 품질과도 크게 차이도 안나는 것이다.

또한, 제품의 요소와 기능을 세분화하는 상품 다변화의 기법도 지속되겠지만 종국에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인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제품 세분화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화와 평준화를 거부하는 고도화된 소비자들을 위하여  한정판이나 골동품과 같이 의도적, 절대적 희소가치가 존재하는 상품들이거나 아니면 특별하게 고안된 시공간,  감성적 경험, 그리고 제품이 결합된 하이브리드적 서비스들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늘날 이러한 고도화된 상품의 예를 든다면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라 토마티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경우도 제품적 결합 요소는 더 진화되어야 할 듯하다. 개인적  경험 상품인 여행이나  취미 소비의 증대가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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