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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 Mar 09. 2017

삶의 철학 16- 베짱이의 역습

놀이와 직업의 관점에 대한 재정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미덕 역시 시대적 조건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요즘 많이 느끼게 된다.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로 그 변화를 은유적으로 정의해보고자 한다.


20세기를 아우르는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 물질적 충족 욕구들을 갈망하였다. 그리 하여 먹고 싶다. 갖고 싶다. 쓰고 싶다. 타고 싶다. 등의 물질적 요구나 편하고 싶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 등의 편의와  효용의 욕구들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목표였으며, 그러한 것들을 채워주는 상품들을 만드는 것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았다.


이 물질적 충족의 시대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매일매일 성실히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최고의 미덕이었으며, 쉼 없이 부지런한 개미는 그러한 사회의 직업 가치관을 잘 비유하는 표상이었다. 반대로  베짱이는 개미들에게 한심한 족속이었다. 일하기보다는 즐기고 노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으므로 이들은 성실한 사회에 얹혀사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물질적 풍요는 사회 전체적으로 증가함에도 빈부의 격차는 늘어가게 되고 정서적 교류는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물질적 소비에서 얻는 만족감이 줄어들게 되었고 대신  정신적 부분에서 삶을 채울 수 있는 대체 수단을 찾게 되었다. 심지어 물질적 소비조차도 정신적 만족감을 위한 수단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과거 존중받던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꾸준히, 그리고 마냥 열심히 하는 개미 같은 직업관과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선망받는 매력적인 형태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점차 자리 잡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잘 노는 베짱이의 가치관이다.  과거엔 한심하게만 여겨졌던 이솝 우화의 베짱이의 삶이 오히려 멋진 선망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즉, 현대적 관점의 베짱이의 가치관은 자신이 즐기는 "놀이"가 자신의 "일"이 되는 그런 새로운 직업관을 말하는 것이다. 왜 이것이 갈수록 중요한 걸까?


21세기는 물질이 아닌 마음, 즉 정서를 충족하는 서비스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결코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외롭다. 심심하다. 슬프다. 허무하다. 등의 마음속에서 결여된 이러한 정서들을 시간을 소비하는 서비스의 형태안에서 해소해주는 것을 원하고 있다.


물질적 충족은 심지어 명품이라 할지라도 그 한계효용의 수준에 이르면서 사람들에게 진정한 만족을 증대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질 지향의 고도 소비 사회로 변질되면서 사회의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가족과 공동체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오직 개개인만이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세상으로 변화된 것이다.


즉, 우리들은 단순한 커피를 먹는다라기보다 "느낌(?)있는 까페에서 카푸치노나 프라푸치노를 주문하며 정서적 가치가 느껴지는 서비스를 즐긴다."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월등히 높은 가격에도 전혀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호텔에서나 먹는 최고급 요리보다 인기 뮤지컬 티켓의 VIP 석이 월등히 비쌈에도 항상 매진이 될 만큼 열광받고 있는 것은 바로 대중이 무엇에 큰 가치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한달 남짓한 공연을 위하여 노래와 연기의 열정을 바치는 그 뮤지컬 배우 정서를 채워주는 21세기가 원하는 베짱이 직업인들이다. 싸이나 류현진 역시 오늘날 최고의  정서 충족 서비스 제공 베짱이들인 것이다.


 아직도 판검사나 의사와 같이 전문적 지식과 자격증으로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중들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대중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경우는 드믈 것이다. 이러한 직업들이 단지 안정적으로 큰돈을 벌거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뿐이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멋지고 매력적 직업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 아이들의 꿈이 모두 연예인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고리타분한 어른들은 아직도 세상의 근본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아이들에게  미래지향적으로 성공할 직업을 갖도록 조언한다면 사람들의 정서적 공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베짱이가 되라는 것이 정답이다.


결론적으로, 주어진 목표에 맞춰서 기계처럼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즐기며 사람들을 엔터테이닝 하는 베짱이야 말로 21세기의 직업 가치의 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노는 베짱이가 일하는 개미를 역습하고 역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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