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과 구독 서비스의 매력
자취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종이책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마음에 드는 책은 무조건 구입해야 한다거나, 구입한 책은 귀중품 마냥 쌓인 먼지 후후 불어 보관하는 버릇까지. 누군가 도서관이나 전자책을 추천하면 으스대듯이 이렇게 말했다.
난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
그것이 오만 떠는소리임을 깨닫게 된 것은 자취를 시작하고 난 다음이다.
고작해야 10평 안팎의 자취방에 종이책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2년마다 내쫓기듯 이사 다닐 때는 또 어떤가. 나는 덮고 자는 이불보다 책을 가지런히 모으고 정리하고 포장하는 데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몇 번의 이사 끝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책을 고향 집에 떠나보내고 난 뒤에는 책과 완전히 멀어졌다. 최소 주에 1권 이상은 읽던 독서량이 급감했다. 대학 생활 4년 중 전공 서적을 제외하고 10권이나 읽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자기소개서의 취미 칸에 '독서'라고 적기도 민망한 양이다.
직장인이 된 후 누군가 전자책을 선물해준 것을 계기로 전자책에 입문했다. 쓸데없는 아집 때문인지, 익숙한 것에서 안온을 찾는 버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친해지지는 못했다.
다만 전자책에 대한 반감을 가졌을 때에도 느낀 최고 장점은 이사할 때마다 노끈으로 묶인 책 다발을 낑낑대며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 책을 살 때마다 이건 또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끝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마디 더 보태자면 원할 때 언제든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전자책의 장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나는 주로 책을 사서 읽는 편이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고 나서는 종이책을 거의 구매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애용하는 서점은 리디북스였는데 앱을 설치하면 온라인 서재에 내가 구매하거나 대여한 책들이 진열된다. 대여한 책은 시간이 지나면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문구로 진열장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게 내가 책을 대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서재를 나만의 깔끔 완벽한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
전자책에 썩 맛을 들일 무렵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가난이다. 상상 이상의 생활고 때문에 책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왔고 나는 또 책과 멀어졌다.
독서를 비롯한 모든 취미에 브레이크가 걸린 그때,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려 "첫 달은 무료!"라는 관대한 문구 때문에 홀리듯 회원 가입을 했다. 노랗고 보라색인 서비스의 색깔도 마음에 들었다. 바로 밀리의 서재다.
밀리의 서재는 내가 처음 이용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이다. 지금은 리딩북, 챗북 등 서비스가 다양하지만 당시에는 오직 전자책뿐이었다. 책의 종류도 지금 같지 않았는데 무려 한 달 동안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소식에 엄청나게 설렜었다.
출근길에도 읽고, 퇴근길에도 읽고, 주말이면 집에 틀어박혀서 내내 책을 읽었다. 뽕을 뽑기 위해 그야말로 시각을 포기한 셈이다. 권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인생에서 제일 책을 많이 읽은 한 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제한으로 책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게 최고다.
서점을 기웃거리며 새 책을 들춰볼 때의 스트레스는 어마 무시하다. 내가 책을 다치는 걸 싫어해서 그런지 가지런히 진열된 종이책에 손을 대는 건 정말 어렵다. 그런데 전자책의 미리 보기 서비스는 이런 나의 스트레스를 통렬하게 해결해주었다. 얼마든지 펼쳐봐라, 내가 닳나 안 닳나.
또 하나의 장점은 책을 읽는 분야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회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어떤 책을 골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냥 덮고 다른 걸 읽으면 되니까. 그러다 보니 책을 돈 주고 살 때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책에도 손이 간다. 해외 소설만 주야장천 읽던 나는 근래 에세이의 맛을 알아버렸다.
베스트셀러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독서량이 늘면 자연스레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다. 특히 빅데이터 시대에 맞춰 독서 패턴을 분석해서 나의 취향을 알려주니까 굳이 남들이 읽는 것을 찾지 않게 되었다.
몇 개 서비스의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나고 내가 결제한 구독 서비스는 딱 두 가지이다. 리디 셀렉트와 밀리의 서재. 두 가지 모두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구독 기간이 끝나면 기분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결제한다.
리더 어플의 인터페이스는 리디북스가 최고!
인용문 체크, 문장 공유 등 읽기 기능은 압도적으로 리디 셀렉트가 편리하다.
유행에 편승한다기보다 꾸준히 사랑받고 검증된 도서를 주로 제공하는 느낌이 든다. 전공 서적도 일부 있음.
번외로 아티클 서비스도 제공 중.
리딩북(오디오북), 챗북 등 독서 외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트렌디함.
SNS와 같은 내 서재가 있고 포스팅 기능도 제공한다.
초반에는 리더 어플의 사용성이 너무 떨어져서 리디로 옮겼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많이 개선되었다.
꾸준한 업데이트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를 많이 모았다.
지인으로부터 서비스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다, 이제 좀 읽어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는 밀리의 서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반면 원래 책을 좀 읽었고, 다양한 서비스보다 리딩에 집중하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리디 셀렉트를 추천하는 편.
특히 리디 셀렉트의 페이퍼 기기가 있는 분들은 굳이 서비스를 옮겨 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나는 꼭 이북 리더기로 책을 읽어야겠다, 하시는 분들에게도 리디 셀렉트 & 페이퍼 조합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른 리더기보다 페이퍼가 제일 예쁘고 종이책스러운 효과도 기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