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불러오는 관계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담담히 담고 있는 책 <내 이름은 루시 바턴>. 그 책을 오랫동안 책장에 담아두고, 기억과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되새김질하고는 했다.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 내 이야기인 것처럼, 작가는 무던한 어조로 관계와 관계를 나열한다. 멀어지고, 잊히고, 애써 헤어 나온 것만 같았던 관계는, 바로 옆에 놓여있던 찻잔처럼 그 온기를 품고 루시에게 다가온다.
<오, 윌리엄!>은 루시 바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에는 총 다섯 권의 책이 있다. 나는 그중 두 권만 읽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 흠뻑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작가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검색해 보고 찾아 읽어봤는지 모른다. 어디선가 담담한 듯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도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기운을 내고 있을 거 같았다.
루시와 윌리엄의 관계는 통속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불안정하고 초조하다. 두 사람은 윌리엄의 숨겨진 가족사를 찾아 나선 여정 후에야, 비로소 서로가 함께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해한다.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떠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떼어낼 수 없는 누군가가 되어 마음 한편에 불안하게 자리 잡았던 존재였다.
극적인 요소나 엄청난 장면 없이도 아슬아슬하게 긴장되고 의아한 시선을 품게 된다. 작가가 기억과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감정의 공간에 담아 풀어내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사진 출처: The Lucy Barton Books — LitReaderNo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