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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y 22. 2023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그들이 변한 걸까

갑자기 찾아온 회의감과 허탈함에 대해

 별 것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작은 일.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컸던 일. 평소처럼 친구들과 대화 중이었다. 항상 해오던 대로 친구들과의 약속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언제가 괜찮은지 스케줄을 파악하며 약속날을 정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친구는 모두가 되는 날마다 자신은 안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고, 그래서 그럼 언제가 괜찮은지 먼저 말해달라고 했다. 그 친구가 되는 날에 맞춰서 약속을 잡아보려 하니 다른 친구가 안된다고 했고 그럼 다 같이 만나기는 힘들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계속 안된다고 이야기하던 친구가 그럼 어떡하냐고 하길래 다 되는 시간에 네가 안되고 너 되는 시간에 맞추려면 다른 친구도 어려우니 못 만날 것 같다고 했더니, 또 다른 날 자신이 되는 날 만나자고 했다. 그날은 내가 이미 선약이 있는 날이었다.


 서로 스케줄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의 있을 수 있는 대화다. 근데 여기서 내가 화가 난 포인트는 이 약속은 내 생일을 축하하는 일로 만나는 약속이었고, 굳이 생일 축하를 받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혹시나 시간이 맞으면 이 날 다 같이 만나면 어떠냐는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확인 차 물어봤던 건데 물어보는 날짜마다 안된다고 말하는 친구가 자신 때문에 스케줄을 못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안되면 안 된다, 아니면 다른 날 어떤지 이야기하지 않고 그럼 어떡하냐며 나에게 반문하는 그 태도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걸 바라진 않았다. 그냥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한 날이지만 배려받지 못하는 날이 되고 싶진 않았다. 항상 내가 먼저 물어봐줬다면 한 번쯤 먼저 물어봐 줄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항상 내가 해오던 말이고 주도했던 일이지만 어쩐지 너무 화가 났고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 요동치는 걸까. 내가 그들에 대한 마음이 변한 걸까? 아니면 그냥 지금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이것도 아니라면 그들이 나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바뀐 걸까.


 항상 친구들의 집 앞으로 가서 친구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그 친구들을 다 데려다준 후에야 우리 집으로 갔다. 함께 만날 때마다 내가 먼저 카드를 꺼내 결제했고 누군가 돈을 주지 않거나 늦게 주더라도 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사주고 말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항상 그들이 결제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돈을 보내주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이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이제야 이 모든 시간들과 사건들이 나에게 말을 해주는 걸까. 친구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땐 꽃집에 가서 꽃을 사고 편지를 쓰고 축하해 주러 가는 길에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달려가 위로해 주고 도와주려 힘썼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해주는 것만큼 돌아오기를 바란 건 절대 아니었다. 그냥 작은 배려와 고마움으로 날 대해주기를 바랐다. 앞으로 이 관계를 어쩌면 좋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관계였던 걸까. 한 번의 대화에서조차 배려받지 못하는 이 순간, 나 자신이 참으로 비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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