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진심의 힘이 전해지겠지?
나는 어떤 일이 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진심이다. 무엇을 하든지 대충 할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 일단 뭔가 하기로 결정하고 그걸 시작했다 하면 모든 시간과 돈, 에너지, 열정을 다 투자해서 최고로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진심인 모습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런 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관계에 있어서도 헌신하다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말이 있기도 하듯 너무 다 퍼주는 관계는 좋지 못한 것 같다. 근데 나는 사실 이걸 제어하는 게 힘든 편인데, 내가 마음을 쉽게 여는 편이 아니라 한 번 마음을 열고 그 사람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걸 기억했다가 어디 여행 가서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게 이거였지 하면서 선물을 사게 되고 내 거 쇼핑을 하다가도 어? 이거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거네 하면서 뜬금없이 선물을 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예쁜 꽃집이 보이면 꽃 한 송이 사서 그 친구가 좋아할 얼굴을 떠올리며 걷게 된다.
얼마 전에는 정말 친한 언니가 결혼을 하게 되어 웨딩 촬영을 한다고 해서 도우미로 가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 촬영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행복한 순간이 되기를 바라서 언니에게 선물할 촬영용 부케를 만들기로 했다. 근데 하필 촬영날이 연휴라 꽃시장이 문을 다 닫아서 결국 꽃집을 돌아다니며 남아있는 꽃을 열심히 사서 모아 왔다. 태어나서 처음 부케를 만들어보는 거라 며칠 동안 열심히 인스타며 유튜브를 보면서 만드는 방법을 익히고 배우고, 사진들을 잔뜩 모아서 정리해 뒀다.
드레스 픽스가 안된 상태라서 여러 콘셉트에 맞게 총 5개의 부케를 준비했다. 나의 연휴는 전부 이 부케 만들기에 올인되었지만 막상 완성을 하고 촬영장에서 이 부케를 보며 좋아하는 언니의 얼굴을 보고 예쁘게 나오는 사진을 보니 힘들었던 순간들은 싹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까지 해주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사람들의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만큼 나는 관계에 있어서도 진심이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든 내가 싫어하는 일이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열심히 그리고 잘 하자라는 게 나의 마인드인데, 회사에 들어가서 별로 흥미가 없는 일을 맡게 되더라도 그냥 시간 때우듯 대충 하는 것은 정말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무조건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연습하고 공부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때까지 매일 공부한다. 회사일에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한다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내가 그런 것 같다. 할 거면 정말 제대로 하자. 일을 할 때도 이렇게나 진심이다.
뭐든 진심을 다해서 하는데 요즘은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진심인 게 과연 좋은 것일까? 나의 진심에 힘이 있을까. 진심에 힘을 다 담았는데 그래서 나에게는 힘이 하나도 없게 되면 어떡하지. 최근 들어 힘든 일만 가득하고 좋은 일은 생기지를 않으니 더욱 이런 우울한 생각만 가득해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위해 프리랜서로 지내는 이 시간도 능력치를 세상에 보이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면 곧 끝이 나겠지. 그래도 아직은 희망을 품어본다. 언제가 내가 가진 이 진심의 힘이 세상에, 사람들에게 전해지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