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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Oct 30. 2021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저자 성유미, 출판 다산초당(다산북스), 발매2021.10.15.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흔히 '감정적인 것'과 '감정'을 혼동하며, 때로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나 사회의 불합리한 체제를 합리화하고, 때로는 삶의 재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싶은 당신에게 현실에 순응하며 감정을 내려놓고 살아갈 것을 종용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우리는 종종 아직도 '나'와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하며,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축적되어 온 감정들을 미처 해소하지 못하고 '어른아이'로 자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느낀다. 어떤 순간에는 감정이 '이건 아니야!'라고 말할 때가 있다는 것을.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이렇듯 아직도 나를 모른 채 어른으로 성장한 어른아이들을 위한 심리학을 쉽지만 가볍지 않게 담아낸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비유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비유는 의지와 이성, 감정을 운전에 비유한 부분이었다.


의지가 당신의 삶을 움직이는 바퀴이자 운전대라면, 이성은 기어와 페달이면서 이를 조작하는 손과 발이다. 감정은 엔진에 해당하며, 자동차가 생산될 때부터 장착된 각종 센서다. "감정에 근거하여 이성이 작동할 때 당신의 의지대로 삶이 굴러갈 수 있다."


감정이 무언가를 결정하지 말도록 하자는 것은, 감정에 대한 해석 없이 순간적 느낌이나 감정적 충동과 폭발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이다. '정상적' 이성이 당신의 삶을 조작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성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당신의 감정이다. 감정은 삶의 위험과 생존의 위협들을 감지하여 당신에게 신호를 보내 준다. p. 131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 내맡긴 삶은 아니라 할지라도, 센서에 알람과 경고등이 아무리 요동쳐도 무시한 채 위험한 질주를 하는 것과 같다. p. 133


그리고 이 책에는 '감정 공부하기' 라는 챕터가 있는데, 책을 읽으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재미는 삶에 색깔을 입힌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다.


슬픔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필수 감정이다. 슬픔을 느낀다는 것은 고통 이후 살아남았다는 증거이자 고통을 이긴 '아름다운 승리'를 의미한다. 슬픔은 우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다. p. 197


재미가 없으면 삶은 더 이상 자라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치료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재미를 찾은 사람은 다시 사회 속으로 나오려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느 정도의 사람 간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힘든 것도 견디고 감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재미'이다. 실의에 빠진 나를 격려하고 독려하며 설득하는 파워가 재미에 있다. p. 205~206


처음부터 '내 것'이었지만 그 감정의 주인인 내가 혼자서는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은 대개 어렸을 때 생겨난 것들이다. 소중히 만져져야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삶의 재미와 즐거움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런 요소가 되었다는 것 자체도 슬픈 일이다. 이 '슬픔의 강'을 넘어서야, 진정한 재미의 자유를 만낄할 수 있게 된다. p. 261


책을 읽다보면 감성과 감정의 차이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감성이 감정보다 조금 더 가벼운 의미로 해석된다. 일명 '갬성'을 좋아하는 시대, 하지만 감정은 그보다 더 묵직하고 어려워서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감정은 조금씩 멀리하고, 가볍고 단순하고 직접적인 감성을 선호하는 사회.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삶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으며, 우리가 내면에 자리한 슬픔, 분노, 증오, 아픔,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과 마주하지 않으면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나 자신을 몰아세우지는 말자고, 떄로는 머릿속을 비우고 자연을 가까이 하자고 책은 말한다.


내 마음의 진실과 타인에 대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으면서도 현실 조건과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내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 내고 받아들이는 데서 자라날 수 있다. 남이 아무리 좋은 의견을 제시해도 내 마음을 모르면 귓등에서 튕겨져 나가거나 한 귀로 들어와서 그대로 다른 쪽 귀로 빠져나간다. 그래도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좋은 책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것은 좀 막연하긴 해도 그리 나쁠 건 없다. 그렇지만 지혜의 작은 씨앗조차 심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 밭이 어지러운 수준이라면 '뇌가 쉴 시간'을 주어야 한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뭘 자꾸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멈추고 차라리 '멍 때리는 순간'에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 누구의 노력도 가미되지 않은 '자연'을 마주할 때 당신의 뇌가 평소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보자. p. 340~341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자연을 보며 느끼는 충만함, 경이로움, 무해한 감정들이 우리를 회복시키고, 그래서 우리는 종종 현실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쉬고 싶은 것이고, 그것은 감정이 우리가 조금 더 선명한 색을 입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부제인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에 '여행'이란 단어가 속해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과 그 안의 감정에 대해 공부하고, 다가서보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안아주길 바란다. 지금까지 씩씩하게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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