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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Nov 16. 2023

내가 소비자한테 불친절한 사업자인 이유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은 절대적인 옳고 그름보다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돈, 무력, 규모와 같이 현실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것들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의 원천들이 발생하고, 유지되고, 더 커지거나 줄어드는 건 기본적으로 몇 개냐, 얼마냐, 몇 %냐와 같은 수의 크기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많거나 크거나 다수이면 잘못된 것도 옳은 게 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적용할 수 있고, 당연히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803777


다수의 소비자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보다 다수이고, 돈을 지불하는 이유로 갑에 해당이 됩니다. 갑을관계라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상황을 악용하는 게 나쁠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언행을 하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당하지도 않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들 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굳이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러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이 있으면 거침없이 손가락 질을 합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손가락 질을 하는 입장의 개인이나 집단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언행을 다른 곳에서 한다는 점입니다.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왔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차를 잠깐 이동시키면서 음주 운전한 공인을 무참히 매장시킨 사람들이 음식을 배달시켜 잘 먹은 후에 댓글에는 음식에 파리 사진을 합성해서 악의적인 댓글을 남깁니다.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재미로 했겠지만 그런 댓글을 받은 음식점 사장님은 정신적/금전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소비자가 지불한 돈에 그런 거짓말까지 할 수 있는 비용이 포한된 건 아닌데 소비자라는 갑의 위치를 악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으면서 또 인터넷으로는 엄격한 잣대로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을 겁니다.


다수를 이겨 버리는
규모의 회사


그런데 세상에는 압도적인 수의 소비자들을 그보다 더 압도적인 규모로 눌러버릴 수 있는 글로벌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돈을 내는 소비자들의 갑질 정도는 귀엽거나 안타깝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더 큰 힘과 영향력이 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라는 갑들도 이런 을 같지도 않은 글로벌 업체들한테는 영향력을 끼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힘없는 자영업자들한테 그 울분을 더 보태서 풀어냅니다. 그게 소비자라는 자신의 영향력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결국 또 한 번 힘없는 자영업자들은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자영업자에 해당합니다.


챙겨주면 당연한 게 되고, 하나라도 실수하면 그동안의 모든 친절과 호의는 가볍게 무시되는 소규모 자영업자의 상황. 사장과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든 개인들에게 어떤 선택의 기준은 거의 대부분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한테 득이 되면 옳은 거고, 실이 되면 잘못된 것이라는 아주 단순 명료한 논리. 하지만 입 밖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는 논리. 행동과 결정, 그리고 입 발린 말로 감춰져서 세상의 여기저기에서 판치고 있는 논리입니다.


갑질을 하든 슈퍼 갑질을 하든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갑질을 당하고 있으면서 자신보다 불리한 상황에 있는 개인/집단에 갑질을 하는 건 더 악독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갑질을 하더라도 갑질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입장과 처지를 모르지 않을 텐데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대개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그런 부류입니다.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일단 찔러보면서 사장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왜 커피 잘 마시고 핸드폰 보면서 나가다가 유리문에 부딪치고 카페 사장한테 피해 보상을 요구하죠?


왜 멀쩡한 인도 두고, 한 밤중에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다가 엄한 운전자한테 자신의 신발 수선 비용을 요구하죠?


식당에서 밥 잘 먹고, 정작 계산할 때는 자신들 옆에 노인분들이 있었다는 이유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목사님 댁 모녀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죠?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참담한 언행들을 보면 정말 사업하기 싫어집니다. 그런데 사업은 해야 합니다. 그럼 저런 진상과 블랙 컨슈머들의 언행을 묵묵히 듣기만 해야 될까요...? 뭐 그건 사장님들 각자가 판단해야 될 내용이고, 저는 참으면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걸로 일찍이 결론이 났습니다. 내규와 시스템 등을 통해 이런 미래의 고객을 필터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본적으로 공유해 주거나 알려줘야 되는 상황, 혹은 제출하거나 따라줘야 하는 절차 등을 무시하는 고객들은 저희 쪽에서도 응대를 해주지 않는 식으로 말이죠.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일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조차 제공해주지 않으면서 본인들이 필요한 말만 하는 경우는 적어도 저희 쪽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확률적으로도 실제 일로 되지 않는 비율이 더 높기도 했고요. 예전에는 그런 낮은 확률의 고객마저도 잡기 위해 굽신굽신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적어도 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게 하면 오래 사업을 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아쉽더라도 일처럼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그 일을 같이 해보고 싶은 개인/업체와 하고 싶었습니다. 당장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진상이나 블랙 컨슈머를 고객으로 잡게 되면 그 잡고 있는 동안에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계속 잘하다가도 한 번 실수를 하면 그 고객은 그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거나 미련 없이 저를 버립니다. 아무리 거래라지만 신의나 논리, 상도 이런 것들이 없는 정말 동네 구멍가게에서 초등학생들이나 벌일 짓들을 하는 개인, 기업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논리는 단순 명료합니다. 

"난 돈을 너한테 지불하니 넌 무조건 나를 만족시켜야 돼."


그에 맞서는 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네가 지불하는 그 비용에는 네가 진상 부릴 수 있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당연히 "뭐 이런 회사가 있어?" "신고하겠다." "너 몇 살이야?" 이런 유치하고 진부한 비난을 토해냅니다. 지겹도록 듣는 말들... 논리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거기서 거기인 듯싶습니다.


사장이 소비자들한테 못해서는 안되지만 과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노력하고 신경 써서 과하게 제공해도 소비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당연한 게 되어 버리고 그게 반복이 되면 계속해서 뭔가를 또 제공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때부터는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하는 말들이 "초심을 잃었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뭐 이런 것들이죠. 지불하는 건 똑같은데 더 많이 제공을 안 해줘서 비난을 하다니... 그래서 받은 만큼만, 딱 그만큼만 해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는 그때도 불만이 생깁니다. 대신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이곳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딱 이만큼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게 되면서 나중에 저희를 비난할 여지를 만들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해줄 것만 해주고 그 이후로는 선을 그어 버리니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 떠나기는 하지만 미래의 진상 고객들도 함께 떠나게 되는 순기능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딱 이만큼만의 서비스만 제공하는 저희를 마음에 들어 하고 만족해하는 "찐" 고객들만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진실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앞에서 놓쳤던 고객들이나 기회를 복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내 상황보다 더 크게 되기 위해서는 제가 말한 대로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상황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중간 단계가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더 위의 상황을 바라기에는 아직 제가 역량도 많이 부족하고, 이렇게만 해도 아직 올라가야만 하는 단계가 너무나 많습니다. 모든 진상 고객을 품는다고 해서 어디인지 가늠도 안 되는 저 높은 곳에 제가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게다가 제가 지쳐서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지금은 버티고 또 버티면서 계속 앞으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나가야 되는 게 맞고, 그러기에도 벅찹니다. 논리 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감정 소모할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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