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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l 02. 2023

프로그램 언어로 개발을 하는 개발자가 영어도 가능하면?

개발언어와 외국어

IT 비 전공자, 취준생, 신입 개발자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 등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케이스는 비슷비슷합니다. 


1. 취업 / 이직

2. 늘어나는 IT 업무와 인력 관리를 해야 하는 실무자 / 관리자 / 대표

3. 개인 개발/흥미

4. 과제(대학생/대학원생), 프로젝트(직장인)


재미있는 건 위의 케이스를 포함한 어떠한 경우에도 저에게 교육/컨설팅을 받는 기간이 두 달 이내이거나 1년 넘게 지속이 된다는 점입니다. IT 분야가 워낙 잘 나가고 있는 거 같아서 여러 목적으로 접근해 봤는데 아니다 싶어서 바로 포기하거나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해가 바뀔 때까지 꾸준하게 노력하는 두 부류만 있다는 거죠. 6개월 ~1년 동안만 하시는 분들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케이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206


회사 다닐 때부터 IT 교육/컨설팅은 꾸준하게 해 왔기 때문에 기간으로만 따지면 10년은 될 겁니다. 그 기간 동안 IT 분야가 대우를 못 받던 시기도 있었고, 너무 잘 나갔던 시기도 있었으며, 그 기세가 꺾이고 있는 지금의 시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저를 거쳐가신 분들의 케이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슷했던 겁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케이스가 한 분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비 전공자가 IT 분야로 취업을 하면서 저에게 교육을 받는 분이지만 보통의 케이스와 다른 점은 그분은 영어 회화가 가능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IT 회사가 아니라 영어를 필수로 하는 회사의 IT 직군으로만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점입니다. 


결과는 IT 비 전공 신입으로서 외국계 HR 솔루션 회사의 IT 지원 부서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이 분이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건 만약 같은 역할을 요구하는 한국 회사에 지원을 하려고 했다면 지원 자격부터 되지 않아서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분이 맡은 부서의 역할 자체가 IT 설계/관리였기 때문에 신입이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실제 업무와 연봉 자체도 신입이 아닌 경력자를 염두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IT 비 전공자에 경험도 없는 신입한테 위의 조건과 역할을 맡긴 겁니다. 당연히 그분은 1년 동안 고생을 했고, 본인 혼자서 일을 하기에 버거웠기 때문에 그 1년 동안 계속 저와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이 회사는 왜 이 분한테 설계/관리 업무를 맡기고, 경력자 연봉을 제공한 걸까요?


예상하신 것처럼 영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분이 위의 회사를 첫 직장으로 입사할 때가 1~2년 전으로 IT 개발자 대우가 전 세계적으로 말도 안 되게 좋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개발자를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회사가 필요로 했습니다. 그런데 연봉은 높지 않고, 영어까지 가능해야 했습니다. 차라리 그 당시에는 이름 없는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어도 훨씬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었고, 영어까지 된다고 하는데 굳이 그 해외 업체에 입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해당 해외 업체는 장시간 담당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IT 역량은 부족하지만 영어 회화가 되는 지원자가 나타났고, 면접을 해보니 실제로 영어를 통한 대화에 문제가 없고, 인성도 좋으니 일단 뽑은 겁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냉철하게 그 회사는 이 분을 뽑아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요인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동시에 그분에게 유리하게 일어나면서 이 분은 남보다 역량도 부족하고, 늦게 시작한 IT 분야에서 최소 1년~3년 먼저 입사한 사람이 맡게 될 역할/포지션/연봉을 받고 첫 직장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이런 상황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역시 영어였습니다.


불과 1~2년 전쯤... 개발자 대우가 말도 안 되게 좋았던 시기에 저는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036251

전 세계적으로 IT 붐이 일어났고, 해당 분야로의 투자금이 넘쳤고,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IT 인력을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봉과 워라밸을 높였습니다. 거기에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까지 해야 하니 워라밸마저도 좋았으니 누가 봐도 개발자가 대세인 시대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로 인해 IT 비 전공자/관리자/임원/대표 분들이 저에게 교육/세미나/컨설팅을 요청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가 오늘 재미있는 케이스에 해당하는 분은 영어를 핵심 역량으로 외국계 회사의 IT 부서를 공략한 겁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IT 인력의 감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분의 현재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첫 직장에서 1년 동안 다니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

2. IT 경력 2년 차에 IT 개발 인력 관리 업무 담당

3. 주 1회 재택근무

4. 연봉 6,xxx (성과금 별도)


IT 비 전공인 분이 2년 사이에 이런 조건으로 회사에 다니시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보통은 연봉 3,000 ~4,000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발 인력 관리 업무나 설계는 절대 맡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핵심 역량으로 외국계 회사를 공략하니 이런 길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몰랐던 건데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회사 중에 영어가 되는 신입/중간 관리자를 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하고, 영어로 대화가 수월하게 되면 회사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오고, 구직자가 입사를 고민하면 먼저 조건을 상향하거나 다른 부서에 추천을 해주기도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두 번째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한심해 보였습니다(첫 번째는 해외직구 사업을 하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이분과 매주 만나서 컨설팅 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그분이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업무를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정규직이지만 어쨌든 IT 비 전공자이고, 2년 차 신입입니다. 경력자가 해야 할 일을 본인이 혼자 하고 있으니 문의나 결정, 상황 파악이 당연히 바로바로 되지 않는 거고, 그걸 매주 모아서 저한테 가지고 와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급할 때는 업무 시간에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그분이 저한테 물어보고, 조각조각 존재하는 상황들을 두서없이 풀어내면 저는 그 내용들을 듣고, 유추하고, 설명하거나 제안하면서 실마리가 될만한 것들을 그분에게서 어떻게든 뽑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저한테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을 잃지 않게 해 주고, 내가 해봤고, 알고 있던 것들이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줍니다. 게다가 외국 회사의 업무 방식이나 분위기 등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것들도 정말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업적으로 이것저것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들도 많이 줍니다. 이 분과의 대화는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겁니다.


이런 시간을 벌써 2년 동안 지속해 왔습니다. 고생을 하면서 어쨌든 비 전공자 신입이 IT 분야에서 2년을 버틴 겁니다. 그분은 인정하지 않지만 이미 그분도 경력자가 됐고 실력도 좋아졌습니다. 대화나 질문의 정도만 봐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교육을 해주고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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