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당장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꽤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 시기였던 경우가 많고, 지금 힘든 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 게임을 하며 보냈던 시간들은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거나 게임 관련 일을 하지 않는다면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때 재미있었다는 거 빼고는 현재 시점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임을 매일매일 하던 그 어린 시기마저도 미래의 걱정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며 사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부분에게 어린 시절은 그저 철없고, 뭘 모르던 시기이고, 그래서 아련하고 애틋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1 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한다고, 컴퓨터 선도 잘라보고 했지만 결국 고3까지도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안다고 해도 당장 재미있고 즐겁다는 이유로 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저는 후자에 해당됐다는 정도... 제 동생이 어렸을 때 계속 우유병을 입에서 떼지 못하자 부모님께서 동생의 눈앞에서 우유병 꼭지를 가위로 자르는 것을 보고, 저도 컴퓨터의 전원을 가위로도 잘라봤지만 어떻게든 게임은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대학교에 가면서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때부터 게임을 아주 쉽게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대학생활이 재미있고, 바빴고, 또 할 것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그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당장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하지 않고 생활을 해왔습니다. 게임은 물론이고, 담배, 인스턴스 식품, TV와 같은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고, 돈이나 시간도 그런 것들에 소모하지 않았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249
그런데 정말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녀석이 나타났는데 바로 유튜브입니다. 게임은 설치하지 않으면 되고, 담배는 애초에 호기심도 가지 않았고, 필수품마저도 잘 소비를 하지 않는 판에 담배를 구매할 일은 없었습니다. 인스턴스 식품은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 보니 그냥 먹기 싫어졌고, TV는 안 사면 됩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제가 스마트폰, 노트북을 버리고, 인터넷을 끊지 않는 한은 스스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인터넷이 없으면 일 자체를 못하는데 유튜브 끊자고 일을 못해 버리게 만드는 건 말도 안 되니까요. 불편하다는 이유로 유료로 유튜브를 사용하고, 거기에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 추가로 돈을 결제하는 사람도 있는 세상에 저는 유튜브에 모든 광고를 봐주면서까지 유튜브를 하루에 기본 한 시간씩은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유튜브 차단 앱을 설치도 해봤지만 기어이 그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지우려고 했지만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이상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설령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삭제한다고 해도 브라우저로도 유튜브 시청은 가능하고, 노트북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제가 사업을 접고 은둔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은 유튜브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없습니다.
유료 서비스가 된다면?
유일한 방법은 유튜브가 전면 유료 서비스가 되면 되는 겁니다. 단 100원이라도 매월 결제해야만 유튜브를 볼 수 있다면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의식주와 같은 필수품 소비도 귀찮고, 괜찮다고 하면서 하지 않는데 필수품도 아닌 것을 사용하기 위해 제가 결제할 리가 없으니까요. 제가 유일하게 온라인에서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건 사업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뿐입니다. 작년에 ChatGPT도 유료로 사용했는데 계약기간 1년이 끝나고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아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ChatGPT의 서비스가 빨라졌고, 제가 유료로 사용할 만큼 ChatGPT를 자주 사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OTT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결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OTT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튜브로 대체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화도 리뷰만 보고, 유튜브만 있으면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아도 노래 듣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광고? 결제를 할 만큼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유튜브를 사용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매일매일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집에 TV가 있을 때 집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TV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체념하고 밥을 먹거나 할 일을 다하고 보는 정도로만 사용하면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는 했지만 실제로는 식사 전후로 유튜브를 보고, 잠을 덜 자면서까지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유튜브의 전면 유료화가 되어 결제를 하지 않으면 유튜브 영상을 보지 못하게 되거나 볼 수 있는 시간이 제한이 되면 되는 겁니다.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기다무
어제 뉴스를 보니 웹툰의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를 막겠다는 법안을 올린 국회의원이 있다고 하네요. 보통 일주일에 한 편씩 웹툰이 올라오는데 대부분의 웹툰은 완결까지 무료로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완결된 웹툰을 본다거나 다음 주의 웹툰을 미리 보려고 하면 유료 결제가 필요하죠. 어쨌든 저는 웹툰도 굳이 결제하지 않고, 매주 하나씩 무료로 보고 있는데 이걸 막겠다는 거죠. 즉, 웹툰을 보려면 무조건 돈을 내라 이겁니다. 저는 대환영입니다! 웹툰도 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유흥거리이지만 무료이고, 재미있다 보니 지금도 계속 보고 있으니까요. 또 유튜브와는 달리 계속 붙잡고 있지 않고, 볼 것만 보기 때문에 일하다가 머리 식히기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가 살아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유료화가 되면 너무 감사하지요...!!!
제가 이 기다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웹툰도 이런 식으로 전면 유료화로 가려는 분위기가 있으니 어쩌면 유튜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물론 좀 다른 문제인 거 같기는 합니다. 웹툰의 기다무 폐지의 이유는 소비자가 무료로 웹툰을 보면 웹툰 플랫폼만 재미를 보고, 웹툰 작가한테는 금전적인 이득이 없으니 이를 막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무료로 영상을 보는 대신 광고를 시청하거나 유료 결제를 하고, 그 비용이 영상 제작자에게 지금도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웹툰의 기다무 금지의 논리를 유튜브에 적용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제발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플랫폼 회사들은 처음에는 무료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이후에 차근차근 유료화를 하잖아요. 삼성,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벅스, 멜론 등등 대부분의 큰 회사들은 그 큰 자본력을 이용해서 손실을 감수하며 처음에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리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여서 많이 사용한다 싶으면 유료화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같은 논리로 제발 유튜브도 전면 유료화로 전환했으면 하는 거죠. 그럼 그 순간부터 저는 유튜브도 끊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제가 유일하게 온라인에서 정기 결제를 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결제 금액이 올라도 제 입장에서는 끊을 수가 없습니다. 통신 요금제도 그렇고, 집의 관리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제가 살아가는 데 해를 끼치고 있는 건데 굳이 돈까지 지불하면서 그걸 사용할 이유가 없는 거죠. 제가 말하면서도 좀 현실성이 없지만 제발 유튜브가 전면 유료화로 전환하는 결정을 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