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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Dec 04. 2023

개인 소비자처럼 사업하는 젊은 사업자의 패기

월급이 아닌 내가 계획하고, 준비해서 실행한 일로 돈을 벌려고 뭔가를 처음 시도했던 게 대생 때였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물건을 내가 더 싸게 매입만 할 수 있으면 나도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였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상품들의 가격에는 물건의 원가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광고, 인건비, 수수료, 월세, 세금, 촬영, 편집 등 학생이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 페이지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비용들이 발생하고 있었을 거니까요. 이러한 것들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물건의 원가와 배송비 정도만 생각하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려고 했으니 단 한 개도 팔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당시의 저는 겉으로만 판매자/사업자였고, 정작 소비자의 마인드와 기준/생각으로만 사업이란 걸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물건의 원가/정가, 그리고 배송비만 알면 결론을 낼 수 있지만 판매자/사업자는 이거 말고도 고려해야 될 게 훨씬 많은 게 현실이죠.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243

내 생각과 가치관/기준 등을 쉽게 바꿀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 의지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흔히들 말하는 수업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번 고생/손해/실패를 겪고 나서야 하나씩 배우면서 판매자가 되고, 쇼핑몰 사장님이 되고, 사업자가 되고, 대표가 되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바뀌는 건 생각이나 가치관, 기준뿐만이 아닙니다. 언행 또한 그에 맞춰서 바뀌어 갑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바뀌니 그에 맞춰서 언행이 바뀌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제 이야기를 하자면 어렸을 때 사업을 하겠다고 까불고 다녔을 때... 그때의 저는 어리고 젊고, 건강만 해서 열정만 차고 넘치다 보니 그냥 뭐든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냥 돌아다니고, 말 걸고, 요청하고, 그러다가 말도 안 되는 곳에 지출을 하고... 그 당시 저를 응대했던 선배 판매자/사업자분들은 저를 보면서 '어리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그 당시에 저는 분명 사업을 처음 하는 티가 팍팍 났을 겁니다. "사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등 말로는 나도 대표였지만 대화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용어, 접근 방식, 협의 방식 등 모든 게 다 소비자의 기준에서 나왔을 겁니다. 


"가격 좀 깎아주세요"

"이거 한 개에 얼마예요"

"다른 데는 안 그랬는데"


소비자가 동네 가게에 가서 흥정을 하면서 바라는 건 많은데 결국 구매하는 건 한 개... 두 개...

나도 사업자고, 곧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쓸데없이 자신감과 의지만 하늘을 찌르는 상태

하지만 누가 봐도 본인이 사용할 거 구매하러 온 학생

어설프게 사업자인 티를 내는 말투와 행동

등등


지금의 저라고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그래도 지금까지 사업을 해왔다고 꼴에 제 어린 시절과 비슷한 말투와 행동으로 저에게 접근해 오는 젊은 대표들을 볼 때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아는 척, 해본 척 엄청 하네...

막 던지면 되는 줄 아네...

말과 행동이 너무 앞서네...


어릴 때 저도 똑같이 했던 행동들을 하는 어린 대표님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정이나 말투에서도 뭔가 어색한 티가 나기도 하고요. 연륜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저도 좀 나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걸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생각이나 언행은 물론이고, 복장이나 협의/협상, 지식 등 너무나도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래도 학생 때와는 다르게 금전적인 결과가 발생은 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발생하고, 그 매출에서 모든 지출을 차감한 후에 단 천 원의 수익이라도 발생하는 경험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건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을 벌려면 고려해야 될 게 많아"를  백 번 읽고, 듣는 것보다는 내가 한 번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단 돈 천 원이라도 벌어보는 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앞으로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예전의 저처럼 판매가와 물건의 원가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도 않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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