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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Oct 18. 2023

개발언어와 외국어 - 같은 언어인데 다른 언어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단 한 번도 외국어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영어 기준도 높지 않았고, 영어가 약해도 공대는 취업이 잘 되는 편에 속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전공을 버리고 개발 분야로 취업을 했는데 그 당시에 개발 직군은 선호되지 않는 분야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발 분야는 엄청나게 성장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로 취업과 그 이후에 사업을 함에 있어서 엄청난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구어가 아쉬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외국어도 언어이고, 개발언어도 언어입니다. 개발 언어도 언어로써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 외국어를 할 수 있을 때 저도 개발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794997


결국 다른 영역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한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똑같이 언어라고 불린다는 이유로 저는 개발언어와 외국어를 동일시했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3년 동안 개발 분야가 워낙 잘 나갔던 것도 있지만 개발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전히 IT 개발 분야는 유망하지만 이제는 2~3년 전처럼 말도 안 될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정도입니다. 개발 분야 취업이 잘 될 때 워낙 많은 사람들이 IT 분야로 진입했기 때문에 취업시장 경쟁도 치열해졌고, IT 기업들도 예전만큼 높은 연봉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현재도 연봉이 낮은 건 아니겠지만 그런 조건을 잡을 수 있는 구직자는 일부일 뿐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진입장벽이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IT 분야도 다른 업종과 크게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 전직 개발자인 제 입장에서는 개발언어가 외국어가 같은 거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개발언어는 IT 분야이고, 외국어는 비 IT 분야일 뿐입니다.


개발언어와 외국어 모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지만 개발분야는 PC나 컴퓨터를 통하는 온라인 세상이고, 외국어로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발로는 개발분야에 한정된 소통만이 가능하지만 외국어로는 여러 분야에서 소통이 가능합니다.


개발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누구와도 일을 할 수 있지만 PC/노트북/인터넷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 측면에서 개발언어는 외국어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 와서야 개발언어만큼 외국어를 할 수 없는 제 상황이 아쉬워진 겁니다. 그래서 개발언어 말고, 외국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단어를 외우고, 외국어 수업을 듣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당장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뭔가 하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계속 고민을 하면서 대안을 찾아도 결국 IT 분야에 한정된 해결책만 떠오르는 것도 현실입니다. 


흔히들 평생 공부해야 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맞는 말입니다. 제가 그나마 하나 보유하고 있는 개발 역량이 속한 IT 분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당연히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단지 지금까지 해왔고, 제일 익숙하고 편한 개발 분야가 아닌 외국어 분야로 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개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개발 분야에서의 방법을 모색했겠지만 해외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걸 겁니다. 어쨌든 사람은 내 기준과 내 상황을 기준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니까요. 


당장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계속 사업을 할 거라면 지금 당장만을 생각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5년, 10년 뒤를 대비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2년, 3년 뒤만 생각 해도 지금 제가 개발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개발을 파는 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지금 제 상황에서 개발언어보다는 외국어가 훨씬 더 효용성이 클 거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것도 제가 사업을 하는 내내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으니 개발언어와 외국어를 같다고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세상이 바뀌는 것처럼 IT 분야도 바뀌고, 잘은 모르겠지만 외국어 분야도 아마 계속해서 바뀔 겁니다. 하지만 개발 분야에서는 이전에는 없었거나 과거의 것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데 반해 외국어는 바뀌더라도 기존의 틀 자체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만 바뀝니다. 영어나 일어, 중국어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개발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해야 되지만 외국어는 일단 습득하면 자주 사용하기만 하면 그 능력의 가치가 크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외국어는 자주 사용하는 과정 속에서도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은어나 줄임말 등의 새로운 단어를 대화를 통해 알게 될 수도 있고, 억양이나 어감 등에 익숙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개발은 기존의 것을 계속하면 기존의 것에 대한 이해도나 역량은 높아지겠지만 그렇게만 하면 새로운 것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트렌드는 물론 현재에도 뒤쳐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하고, 제 상황에서는 외국어가 유일에 가까운 대안입니다. 제주도도 두 번 밖에 가보지 않았고, 외국도 한 번 나가보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고민을 해야 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런 것처럼 고민으로만 끝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로 꽤 오랜 시간을 이 문제에 대해서 저도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한다면 저는 그저 지금처럼 그럭저럭 오늘을 살기만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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