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Jun 22. 2024

해외직구의 가장 어려운 건 구매도 배송도 아닌 주문취소

해외직구를 한 번이라도 직접 해봤다면 우리나라의 배송 시스템과 온라인 결제나 구매 체계가 굉장히 편리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에서 외국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결제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해외 사이트에서는 일단 결제를 하면 우리나라처럼 주문 내역이나 마이페이지에서 해당 주문을 취소할 수 있는 버튼 자체가 없습니다. 주소를 잘못 입력했거나 구매한 상품의 옵션을 잘 못 선택을 했어도 일단 결제를 한 이후라면 해당 주문을 취소할 수 없는 겁니다. 


https://youtube.com/shorts/L0Vk1STThTE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1. 사이트 운영자나 담당자한테 메일/전화/게시판을 통해서 주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2. 개인 판매자한테 구매를 한 거라면 해당 판매자와 직접 연락을 해서 요청을 한다

3. 그냥 진행이 되도록 내버려둔다(정확히는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가 맞겠죠...)


우리나라에서는 판매자가 배송을 맡기지 않은 상황이면 홈페이지 내에서 바로 취소가 가능한데 해외 사이트는 그 "취소" 버튼이 없어서 위의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를 택해야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해외 사이트의 운영자가 직접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해외 개인 판매자들이 물건을 파는 플랫폼인 경우에는 절대 사이트 차원에서 물건을 취소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모든 해외 플랫폼 사이트들은 이렇게 답변을 줍니다.


  당신의 상황을 알게 되어서 매우 슬프고 안타깝다

  하지만 저희는 주문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직접 판매자한테 연락을 해서 취소를 하셔야 됩니다.

  저희는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습니다.


취소 요청에 대한 전형적인 답변


일단 제가 주소를 잘못 입력한 제 잘못이 가장 큽니다. 사람이라서 실수한 거지만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실수한 제가 무조건 잘못한 겁니다. 결제를 하고 10분도 되지 않아서 주소를 잘못 입력한 걸 알아차리고 바로 판매자와 사이트에 취소 요청을 했고, 예상대로 판매자한테는 답변이 오지 않았고, 정말 운이 좋게도 사이트 담당자한테는 바로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주문한 상품은 아무도 받아줄 수 없는 엄한 미국이 주소지로 배송이 되었고, 저와 상담원은 뻔히 그렇게 될 걸 알면서도 그냥 방치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담원은 자신들은 취소할 수 없었고, 저는 상담원이 취소를 안 해주고, 판매자는 답변도 안 하다가 바로 주문을 보내 버린 이후에 "이미 배송을 보내서 수정을 해 줄 수 없다"라고 답변을 했으니까요.


판매자도 이런 경우에는 자신 말고는 취소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주문을 취소한다거나 주소를 변경해 주는 번거로운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 주문한 제 잘못이니 판매자는 일단 배송만 보내면 아무런 문제도 없고, 정산도 제때 받을 수 있으니까.





해외 판매 사이트들이 원래 이럽니다.

저야 열받지만 잘못된 정보로 주문한 제 잘못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상담원도 잘못이 없고,

고객이 주문한지 10분도 안 되어서 주소 좀 변경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무시하고 배송을 보내 버리고, 이미 배송을 보내서 주소 변경을 할 수 없다고 말한 판매자도 잘못이 없습니다.



정말 짜증이 났는데 그 짜증의 70%는 제 자신한테 나는 짜증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고, 잘못된 주소로 주문이 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거고, 그것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니까요. 상담원과 판매자는 멋지게 자신들의 일을 해냈고, 그 어떤 것도 손해 본 게 없으며, 가져갈 것도 다 가져갈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