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20년 만에 하는 게임이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다

by sosoceo

수능을 보던 해에도 하던 PC 게임을 대학교 입학하면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임보다 대학 생활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고, 다시 퇴사 후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게임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게임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40대가 되었는데 갑자기, 그것도 일부러 게임을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는 일부러 취미 생활을 찾아서 한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일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만 하면서도 그 시간들을 오롯이 일에 집중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럴 거면 휴식 겸 취미로 뭔가를 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야외 활동이나 인간적인 교류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일부러 하지 않고 있던 게임을 해보기로 한 겁니다.


노트북이 없으면 어떠한 생산적 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트북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트북의 용도에 게임은 없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이 게임에 최적화된 노트북은 아닙니다. 하지만 PC나 노트북들의 사양이 전박적으로 높아졌고, 제가 일을 할 때 컴퓨터/노트북의 메모리 사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메모리 사양 하나는 고사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버벅대던 컴퓨터에서 하던 게임들을 제 노트북에서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롤러코스터.png 롤러코스터 타이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한때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게임들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더 좋아했습니다. 삼국지, 심시티, 코만도스, 롤러코스터 타이쿤, 대항해시대... 주로 싱글 게임이었습니다. 원래는 최근에 나온 새로운 게임들을 하려고 했었는데 게임의 최소 사양도 너무 높고, 새로운 게임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싫어서 그냥 예전에 했던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음... 예전의 그 느낌이 안 나네...


어렸을 때 게임을 엄청 좋아했지만 그에 걸맞은 고사양의 컴퓨터로 게임을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컴퓨터에서 뚝뚝 끊기며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은 사양의 노트북으로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예전처럼 게임의 세상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치를 하고 시작하는 잠깐만 살짝 즐겁고,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것저것 만지면서 게임에 익숙해질 때쯤이 되면 뭔가 무덤덤해집니다...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내가 제작하고, 배치한 뭔가를 게임 속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그러면서 쌓이는 돈이나 명성 등의 수치를 보면서 엄청난 몰입감과 희열을 느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없는 겁니다. 예전의 게임이니 요즘 게임보다 당연히 부족한 그래픽과 사실성도 갑자기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켰습니다. 이용자 수, 수익, 매출 등 여러 통계를 보면서 좋아하고, 긴장하고, 그리고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면 금방 새벽 3시, 4시가 되곤 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현실


생각해 보니 내가 예전에 그렇게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는 비록 가상이지만 내가 창조한 무언가를 통해 인지도와 명예, 수익 등을 만들어 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걸 실제 세상에서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어서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 지금은? 인지도와 명예는 아니지만 매출과 수익을 게임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직장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서... 게임보다 더 현실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현실에서 그러고 있는 겁니다. 게임보다 더 큰 자극이 현실에 있습니다. 게임 속 가상의 인물과 돈이 아닌 실제 사람과 기업, 현금, 필요하다면 신용으로 내가 생각하는 걸 실제 세상에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과 결과들을 내가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과 웹 페이지에서 통계를 보면서 분석도 하고, 또 개선도 합니다. 괜찮은 걸 찾으면 새로 추가를 하면 그중의 대부분은 실패를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어쩌다가 한 번씩 잘 되는 그 하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합니다. 내 생각대로 잘 되거나 혹은 의도하지 않은 게 잘 되기도 합니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나씩 빵빵 터지기도 합니다. 그럼 그때마다 엄청난 뿌듯함과 희열을 느낍니다. 이런 느낌과 감정들을 어렸을 때는 게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꼈던 거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그렇게 재미가 있었던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애초에 재미를 위해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려고 한 것이니 다른 유형의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하거나 아예 고사양의 최신 게임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고민 중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게임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별로 선호하지 않고, 사용 중인 노트북의 사양이 그 정도의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까... 아니면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새로운 걸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게 어쩌면 저한테도 더 맞고, 실질적인 재미를 볼 수 있을 수도 있고...


확실한 건 이제는 어렸을 때의 재미를 느끼며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거네요.. 다행이면서도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업하면서 나이를 먹어 보니 결국엔 자영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