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씬 젖은 마음에 감기가 들었다.
언젠가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일기장에 “흠씬 젖은 마음에 감기가 들었다”는 문구를 언젠가 적었습니다.
휘적휘적 일기장을 넘기다, 문득 강 마음 감기 범람이 떠오르더군요.
요새는 잘 쓰지 않는
했다네~ 글씨체도 써가면서 말이지요.
다음번에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자기 증명에 대해서요. 따뜻한 물의 욕조에서 생각합니다. 때로 당신에게 받는 사랑이 내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쉴 틈이 없었던 글과 말 사이에는 공백과 침묵이 자리 잡고, 따뜻하다 생각하던 눈빛에는 적막과 포기가 있습니다.
때로는 당신에게 하는 다짐은 실은 나를 다지는 것이고, 당신에게 꽂는 화살은 나를 관통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다짐도 화살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네요. 어떤 기원도 어떤 바람도 어떤 회복도 할 수 없겠지만, 나는 그저 부끄럽습니다.
감기에 걸린 것도 부끄러울 나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