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
나는 원두를 갈면,
커피는 하나도 못 마시면서
커피 향을 좋아하던 네가 생각이 나서
원두 향이 좋기도 하고
그래서 또 싫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커피 향을 맡으면
네가 생각이 나는 이유는
원두 가는 게 좋다고 말하던 내가 잠시 다른 곳을 보던 사이에
나 몰래 깜짝 선물로 원두 그라인더를 주문하고는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 거라 생각하고
짜잔 하고 내밀던 그 마음이
예뻐서.
지금 봐도 참 예쁘다, 그 마음은.
그리운 것도 아니고
애달픈 것도 아니고
맘 아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 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잊은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렇게 있겠지 뭐, 커피 향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