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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다 Jul 22. 2024

공방 운영하며 살아남기

통장쪼개기와 가계부

월급쟁이로 생활하다가 개인사업자가 됐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통장 쪼개기였다.

직장을 다닐 때는 매달 25일에 들어오는 월급에서 전 달 사용했던 카드값이 나가고 조금이라도 모아보겠다고 부은 적금을 이체하고, 남은 돈은 공과금과 생활비로 사용했었다. 그래서 통장은 두 개만 있으면 됐다. 

     

시민단체에서 받은 급여는 그리 많지 않았고, 매달 신용카드로 돌려막기 아닌 돌려막기를 해야 했다. 공방을 개업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신용카드 없애기’였다. 혹시나 모를 긴급상황을 위한 신용카드 한 장을 남겨둔 채 모든 카드를 없앴다. 그리고 신용카드로 지출한 모든 금액을 납부했다. 체크카드와 현금만 사용하자고 다짐하면서.     


나의 경우, 월급쟁이와 개인사업자의 가장 큰 차이는 정기 적금 가입의 어려움이었다. 여유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됐다. 수입이 있는 날이 일정하지 않고, 금액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개인사업자가 되면 가장 먼저 연락이 오는 곳이 노란공제회다. 퇴직금 개념으로 가입을 하고 싶었지만,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개업하고 1년 후에나 가입해서 매달 1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 일 년은 고정비용을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전기세, 도시가스비가 여름과 겨울에 차이가 크게 났다. 전기세는 6월~8월에 에어컨 사용으로 평소의 전기세보다 약 5만 원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도시가스비는 4월~11월과 12월~3월에 약 20만 원 정도가 차이가 났다. 주택 공방이다 보니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주택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공방의 수입에서 지출해야 할 것을 분류했다. 크게 분류해서 공방 운영비, 재료비, 개인 생활비, 여유자금이었다. 월급을 받을 때는 없었던 공방 운영비와 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방 운영비, 재료비, 개인 생계비, 개인 공과금 통장을 개설하고, 여유자금을 모을 통장도 만들었다. 공방 운영비에서는 전기세, 도시가스비, 수도세, 정수기 대여료, 보안업체 월정료, 소모품(쓰레기봉투, 음료, 다과비 등) 등을 지출했다. 재료비는 회원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재료 구입비로 쓰였다. 정기적금을 드는 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조금은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비정기 적금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첫 일 년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었다. 마지막 직장에서의 업무가 창업지원으로 예비 창업자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이었지만, 창업이 내 일이 됐을 때는 내가 얼마나 입찬소리를 했는지 여실히 깨달았다.      


공방을 1년 동안 운영하면서 분기별로 고정비용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알게 됐다. 그 차이를 알게 해준 것은 가계부였다. 처음에는 공방의 수입과 지출이 기록되는 통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정리를 대신했다. 문제는 바로 드러났다. 현금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비용들을 비교하거나 분류해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엑셀 파일로 가계부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내 운영 방식, 생활방식대로 정리하기 위해 직접 가계부를 만들었다.       


1년, 2년, 3년……. 6년이 된 지금 어떤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방 운영과 관련해서 4월~11월까지는 20만 원, 12월~3월까지는 45만 원의 고정비용이 들었다. 재료비는 매달 100~12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개인 생활비는 계절에 상관없이 공과금 20만 원, 생활비 5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 이 비용으로 정착하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정수기 대여료, 보안업체 월정료, 인터넷 사용료 등의 의무 사용 기간(최대 3년~5년)이 끝나자, 처음 개업 당시보다 고정비용 지출이 줄었다. 이렇게 남은 여유 비용으로 매년 조금씩 노란공제회 납부액을 늘렸다. 그 어떤 비용보다 공과금을 우선으로 준비하고 묶어두는 내 소비 습관을 보면서 노란공제회 납부액은 지출해야 할 공과금으로 치부하게 됐고, 현재까지 미납 없이 잘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여윳돈 마련의 방법도 찾게 됐다.      


고정비용이 덜 지출되는 4월~11월까지는 노란공제회 납부액을 최대로 늘렸다가 고정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12월~3월에는 최저로 조정해서 납부했다. 매년 납부하는 총금액에는 차이가 없었다. 노란공제회를 통해 모으는 돈은 폐업 때까지 찾지 않을 결심을 했기 때문에 따로 여유자금을 모을 방법을 생각했다. 일정하지 않은 수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구입하는 재료비가 순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쪼개기가 필요했다. 여러 시도 끝에 공방 운영 3년 정도 됐을 때, 매일 수익의 10%는 비정기 적금 통장에 넣고, 20%는 개인 생활비로 모았다. 70%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방 운영비와 재료비로 사용했다. 그렇게 비정기 적금 통장에 모은 10%와 노란공제회에 납부한 금액이 내가 공방을 운영하면서 순수하게 모은 수익이 됐다. 적금으로 모은 10%는 공방 운영에 있어서 또 다른 시도를 하고자 할 때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내 나름으로 연말 정산을 한다. 공방 수입, 지출, 개인 생활비로 구분해서 정리하면서 어떤 수입(원데이클래스, 출강, 공방 회비, 재료비, 플리마켓 등)의 비중이 높은지, 지출은 어디에서 많이 발생했는지 나름대로 분석한다. 작년과 비교도 하면서 공방 운영과 관련해서 더 힘을 써야 할 부분과 과도하게 지출된 부분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한다.      


알 듯 말 듯 한 공방 운영 방법을,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통해 배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생계를 유지하는 더 좋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한동안 계속 이렇게 개인사업자로, 공방 운영자로 살아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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