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게 제일 서럽다
저녁에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감기 기운이 올라왔다.
감기약을 찾으려 약서랍을 여는 김에, 오래된 약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 갈 때마다 꼭 챙겨 오는 것 중 하나가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알레르기약 같은 비상약이다.
서랍 한가득 쟁여둔 약만 봐도 든든했는데, 막상 쓰지 않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훨씬 많았다.
그동안 크게 아프지 않았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버려지는 약값이 아깝기도 했다.
해외에서 아프면 막막하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이젠 안다. 감기약은 오히려 이곳 약국에서 산 약이 더 잘 듣고, 상처 연고나 기본 약품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똑같은 약이 더 저렴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은 생각보다 건강하다.
그 사실이, 오늘 약서랍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고맙게 느껴졌다.
이제는 절반쯤 비어진 약서랍을 봐도 불안하지 않다.
감기 걸렸을 때 최고의 약은, 역시 '잠'이다.
자야겠다.
잘 자고, 잘 먹는 것.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결국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