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란 어렵다
35,000동(한국 돈 1,840원 정도)을 주고 온라인에서 '정전기 화이트보드'라는 걸 구입했다. 설명을 보니 접착제 없이도 화이트보드판이 정전기 작용으로 벽에 척 달라붙는다고 했다. 화이트보드가 필요하던 차에, 벽에 못을 박을 수도 없고, 바퀴 달린 제품은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할 것 같아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정전기 화이트보드'는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페인트 벽에 테이프도 안 붙여도 된다니 일단 구입해 보기로 했다. 길이도 무려 2m나 되는 화이트보드가 단돈 1,840원! 안 살 이유가 없었다.
제품을 배송받고, 혹시나 길이가 2m가 아니라 20cm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2m가 맞았다. 얇은 시트지 같고, 벽에 척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았다. 쓰고 지우기도 잘 됐다. 시트지가 얇아서 혹시나 뒷면에 잉크가 배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문제없이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던 중이었다. 나의 알뜰하고 지혜로웠던 소비를 스스로 칭찬했다.
하지만, 딱 2주였다.
오늘 낮, 방에 들어가 보니 화이트보드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다시 붙여 봐도 금세 다시 떨어졌다. 강제로 정전기를 만들어서 부착해보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보드판이 지저분해지기 전까지는 계속 사용 가능한 제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일단은 옷장에 테이프로 고정시켜 두었다. 참 볼품없어 보이게 말이다. 나의 자랑은 부끄러움이 되어 버렸다.
싼 게 비지떡. 이 말을 참 오랜만에 실감했다.
현명한 소비는 어렵다. '돈 잘 쓰는 법' 이것도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삶은 모든 게 공부다.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그리고 오늘, 정리할 물건이 하나 더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피가 작다는 것.
이번 수업료는 그나마 1,840원이라 다행이다.
아름다운 호치민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