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새롭다
습관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최소 30일은 걸리는 듯하다.
오늘로 비움 프로젝트 34일째.
'비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마트에 가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횟수뿐 아니라, 사 오는 물건의 양도 줄었다. '미리미리 사두는 습관'에서 '필요할 때 사는 습관'으로 바뀐 것이다.
며칠 전 장을 보러 간 날, 다 써 가는 캡슐 세탁 세제가 생각났다. 예전 같으면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겠지만, 그냥 지나쳤다. 이번엔 '다 쓸 때까지 참아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고민을 한 지도 벌써 3주. 우리 집에는 아직도 세탁 세제가 남아 있다. 물건은 생각보다 오래 쓸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오늘도 돼지고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 습관처럼 마트 한 바퀴를 돌며 뭘 더 살까 고민하던 중 집에 있는 양배추가 생각났다. 지난주에 사두고 아직 손도 못 댄 양배추 한 통이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손질해서 찌는 게 뭐 그리 어렵겠냐만, 이상하게 손도 못 대고 있었다.
시든 양배추를 교훈 삼아 오늘 필요한 것만 사고, 내일 필요한 건 내일 사기로 했다. 물론 참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것도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크래커 하나. 마침 아이의 간식 상자가 텅 비었으니, 이건 '충동'이 아닌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쇼핑의 허전함을 달랠 수 있고, 아이는 좋아하는 간식을 얻었으니 좋은 소비였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습관이 변하면서 냉장고와 냉동실도 달라졌다. 마트에 가는 대신 집에 있는 재료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늘어나자 뒤죽박죽이던 냉동실이 눈에 잘 보이도록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그 사이 비우는 삶의 근육이 조금은 단단해진 듯하다. 무작정 버리기보다는 절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비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가끔 일회용 통이 필요할 때, 없어서 불편했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재활용 가능한 일회용품은 하나 정도 남겨두기로 했다. 비움과 채움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은 불편해 본 후에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