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트남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분리수거에 대하여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방학 때 친구는 파리로, 나는 한국으로 갔으니 세 달 만이다. 학교 친구 중에 처음으로 우리 아이를 생일파티에 초대해준 고마운 학급친구의 엄마이기도 하다. 참, 나의 딸은 베트남에서 좀 뜬금없지만 프랑스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의 친구는 한국인 엄마와 일본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그리고 친구의 남편은 엄마가 일본인, 아빠는 프랑스인이다. 둘은 일본에서 만났고, 본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친구의 두 아들은 한국인, 일본, 프랑스인의 피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밥만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근처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는 일회용 컵과 빨대를 쓰기 싫다고 했다.(우리는 어쩌다 보니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한참 동안 환경에 대한 얘기를 했다. 물론 호치민에도 자발적으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매장이 늘어나고는 있다.
나 : 일본은 분리수거 엄청 잘하잖아.
친구 : 내 생각에 한국이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나 :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내가 묵은 집에서는 일회용 젓가락을 씻어서 버리던데? 놀랐어. 그 정도까지 분리수거에 신경 쓰는 줄은.
친구 : 정말? 그건 일반적이지 않아.
나 : 그래? 모든 일본 사람들이 그러는 줄 알았어.
친구 : 어휴~ 아냐 아냐. 못해. 일본은 음식물이랑 일반쓰레기를 같이 버리는데,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리더라?
나 : 어, 맞아. 일본은 아니라고?
친구 : 응. 아니야.
나 : 나도 한국에 가면 분리수거가 어려워.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모르는 것들이 있거든. 예를 들어 계란 껍데기는 음식물 쓰레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친구 : 그건 음식물이잖아.
나 : 딱딱한 껍데기라 모르겠더라고. 조개껍데기도 음식물 쓰레기가 아닐 걸?
친구 : 당연히 조개껍데기는 음식물이지. 조개가 음식물인데.
나 : 아냐 아냐. 그건 일반쓰레기야.
친구 : 말도 안 돼! 왜?
나 :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의 사료로 재가공하기 때문에 딱딱한 건 버리면 안 된대.(인터넷 검색중)
친구 : 아~ 정말이네. 몰랐어. 음식물 쓰레기로 동물 사료를 만드는 건 처음 알았어. 한국 대단해.
한국이 일본보다 분리수거를 더 잘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프랑스에 자주 가는 친구는 환경 보호에 신경 쓰는 프랑스의 정책에 따라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의 환경운동에 대해 한참 얘기해주었다. 내년 즈음에는 스타벅스에서 일회용 컵이 아예 사라질 거라고도 했다. 작년에 미국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나 : 너 미국이 분리수거 안 하는 거 알아?
친구 : 미국이 안 한다고?
나 : 응. 미국 전역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갔던 시카고는 분리수거를 전혀 안 했어.
친구 : 놀라운 사실인데?
나 : 나도 깜짝 놀랐어. 친구네 집에서 지냈는데, 메뉴가 많은 날에는 일회용 그릇을 쓰고 그냥 봉투에 다 담아서 버렸어. 다들 그렇게 하는 것 같더라고.
친구 : 정말?
나 : 어.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에 가서도 놀랐어. 한국은 맥도널드 가면 쟁반에 있는 건 쓰레기통에 버리고, 음료는 따로 버리잖아. 그런데 푸드코트에서 음료 버리는 곳이 안 보이는 거야. 알고 보니 쓰레기통에 다 버리면 된다더라.
친구 : 그렇구나. 미국이 그런 줄 몰랐어.
미국이 가진 의외의 모습이었다.
아직 베트남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곧 하게 될 거라는 기사는 봤지만, 아직은 아니다. 쇼핑몰 내에 분리수거 쓰레기통들이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편의점에서 작은 사탕을 하나 사더라도 봉투에 담아주는 게 미덕과도 같은 문화가 이 나라에는 있다. 마트의 봉투 인심은 더 후하다. 세제류는 세제류끼리, 식료품은 식료품끼리, 야채는 야채끼리 담아주고, 액체류나 고기는 따로 작은 봉투에 하나씩 담아서 다시 큰 봉투에 담아주기도 한다. 집에 오면 많게는 봉투가 대여섯 개 생긴다.
내 나름대로의 분리수거는 하고 있다. 페트병과 종이, 캔은 따로 분리해서 버린다. 팔면 돈이 된다고 해서 청소하시는 분들이 가져가시기 쉽게 정리한다. 캔이 제일 비싸다고 했다. 정말로 청소하시는 분들이 따로 챙겨가시는지는 모르겠다. 유리병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그건 일반쓰레기 취급이다. 베트남에는 유리병을 재가공하는 기술이 없다고 들은 것 같다.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10년을 살아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에게는 불필요하지만 충분히 쓸 수 있는 그릇이나, 옷은 따로 담아서 쓰레기통 옆에 둔다. 예전에 어느 지인이 안 쓰는 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오후에 집에 들어가다 보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 책상 위에 그 컵이 놓여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는 혹시 누군가 쓸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신경 써서 버리고 있다.
제일 버리기 어려운 것은 건전지다. 한국은 폐건전지 수거함이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직 첮지 못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고 했다. 아이 장난감에 사용하는 건전지가 많아서 폐건전지가 자주 생겼다. 그냥 버리기는 찜찜해서 모아두었다가 따로 봉투에 묶어서 버리기는 했는데, 어느 곳에 버려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환경보호가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보니 베트남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하다. 빨대의 변화와 마트에 에코 제품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나도 더 신경을 써야겠다. 집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사는 것도 없는데 매일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애초에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을 사기 때문은 아닌지. 환경 문제도 있지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외국 생활, 조금 더 소박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