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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Dec 11. 2018

리페어카페, 지속 가능한 삶의 실천

홍보하면서 선명해진 리페어카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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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어 카페 서울의 개최 장소와 시간이 드디어 정해졌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모집하는 일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리페어 카페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 관심이 참여라는 능동적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는 홍보마케팅의 분야였다.



1. 홍보대상 정하기


홍보마케팅은 타게팅이 중요하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우리는 리페어 카페 서울에 과연 누가 올지, 애초에 누가 이런 행사에 '관심'을 가질지부터 생각해 보았다. DIY, 환경, 메이킹, 수공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미 만들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좋지만, 아직 만들기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도 끌어들이고 싶어 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공방, 메이커 스페이스, 셀프 DIY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만들기 니즈를 알아서 충족시키고 있었다. 참 부지런하고 능동적인 대단한 분들이시다. 이들은 자가 수리 참여자보다는 오히려 리페어 카페의 자원봉사자로서 적합한 대상이다.

반면, 환경, DIY, 메이킹 등에 관심은 있지만, 이런저런 여건의 어려움, 약간의 게으름 등의 이유로 아직은 만들기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진짜' 리페어 카페의 자가 수리 참여자 대상이었다.


메이킹/리페어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실천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리자.





2. 리페어카페의 이미지 정하기

/ 사람들은 리페어 카페를 어떻게 인식할까. 어떤 매력을 풍겨야 많이 참여할까?


리페어 카페의 참여대상을 정하다 보니,

리페어 카페가 갖는 의미, 위상에 대해 정교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게 하려면, 리페어 카페를 어떻게 인식시킬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치고 만드는 것이 낯설고, '쿨'하지 않은 활동으로 여겨진다. 고쳐 쓰는 건 뭔가 없어보이고, 유별나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고치느니 새것을 사는 것이 더 '쿨하다'고 여겨지는 듯하다. 지구환경을 생각할 때 고치는 것이 더 좋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할지라도, 감성적으로 '쿨하게' 여겨지지 않는 활동은 실천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우리나라에 고쳐쓰기문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동안 만들고 고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 왔고, 본격적으로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장소, 만들기를 교육하는 장소도 많이 존재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리페어 카페는 그 많은 공간이나 프로그램들과 무엇이 다른가, 달라야 하는가? 리페어카페를 통해 고쳐쓰기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을까?


2018 리페어카페 서울,
가볍고 쿨한 장소로 이미지 메이킹하자

과연 '쿨함'이란 무엇인가?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것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쿨함'부터 생각해 보았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함, 어디서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담대함,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초연함, 겉치레보다 본질, 기존에 보지 못했던 개성, 구질구질하지 않는 단호함, 깔끔한 기브앤테이크."  말로 정의하려면 할수록 점점 더 아리송해졌다. 그럼에도 이런 '느낌'을 리페어 카페에 담아내어야 겠다 싶었다.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을 추구하다니 말이 안되긴 한데, 방향은 이게 맞다 싶었다.) 환경보호나 고쳐쓰기에 관심도 있고, 실천해보고도 싶지만, 왠지 모를 마음의 벽 때문에, 그 언저리에서 맴도는 사람들.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쉬우면서도 괜찮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고민했다. 그리고 쿨한 리페어카페란,

고치기 본질에 충실한 곳,

일방적 '제공'이 아닌, 주최측-방문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곳,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고장난 물건을 고치고 싶다면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곳,

남들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각자 자기 물건에 집중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쉽게 도전해보고, 또 쉽게 그만둬도 될 것 같은.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공간처럼 뭔가 '정식'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 말고,

한번 해봤다가 내 스타일이 아니면 그만 둬도 되는 가벼운 분위기의,

테스트 단계, 시범단계의 장소,

고치기를 체험해보는 자리이긴 하지만, 동시에 내 일상에 도움도 되는 곳,

호기심과 필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곳,

...

그런 느낌을 떠올리며 홍보 콘텐츠들을 만들어 나갔다.


* 브랜드 이미지를 정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은 참 애매한 어려운 작업이란 걸 깨달았다.





3. 홍보대상 좁히기

/ 실제 홍보하려니, 구체적인 개인들로 홍보대상을 정해야 했다.  



대충의 '참여대상'을 도출했고, 나름의 브랜딩(?) 방향도 정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오픈했고, 웹페이지도 제작했다. 오프라인 홍보를 위한 포스터 디자인도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속적으로 카드 뉴스를 올렸다. 리페어 카페가 무엇인지, 이것이 왜 필요한지, 어떤 행사인지 등등을 알렸다.


'쿨함'이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도록 노력했다.

최대한 간결한 워딩과 이미지를 사용했다.

리페어카페의 본질인 고치는 행위, 고치는 사람의 손, 집중하는 눈빛에 주목했다.

나와 비슷한, 고치기에 서투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어느 정도 콘텐츠를 제작한 뒤, 이것을 알릴 매체, 그리고 봐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앞서 설정한 타깃으로는 부족했다. 현실에 존재하는 개인들로 구체화되어야 했다.


우리는 여러 집단을 생각했다.

- 행사 개최 장소 주변에 위치한 대학의 학생

- 우리보다 고쳐쓰기에 익숙할 것 같은 외국인

- DIY, 메이킹 등 만들고 고치기를 하거나 배우고 있는 아마추어

- 환경보호, 지속 가능한 삶,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기관)


대학가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니, 학생들의 참여가 가장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철저히 틀렸다.

요즘 20대 학생들은 경험과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이니, 리페어 카페라는 경험 콘텐츠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요즘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 높을 것 같았다. 자취생들이 많을 테니 자취방에 고장 난 물건을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우리는 주변 대학의 학생신문사, 학생 커뮤니티, 학교 블로그 등에 행사 홍보글 게시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거절 또는 무응답이었다. 기다려보고 다시 보내보기도 하였지만, 답이 없었다.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홍보에도 적극 협조해준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환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나 관련기관이었다. 공공기관부터 대안공동체까지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리페어카페의 취지에 공감해 주었고 응원해 주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SNS, 홈페이지 등에 2018 리페어 카페 서울을 홍보하는 글을 게재해 주었다. 놀랍게도 EBS 라디오 '공감시대'에서도 연락이 와, 리페어 카페 서울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덕분에 우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의 유입자 수, 좋아요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리페어카페는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를 응원해준 사람들, 기관들. 그들은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연대, 조화를 추구하고, 환경적으로는 재활용, 업사이클링, 친환경 제품 등을 구입하여 사용한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유기농 채소를 구입한다. 또는 텃밭을 직접 가꾸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재활용에도 신경을 쓰고, 과한 포장지를 버릴 때면 지구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 사회도 고민한다. 이런 그들에게 '리페어카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홍보하는 과정에서 고쳐쓰기와 커뮤니티는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다. 그런 사람들이 리페어카페서울에 방문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하게 되었다.



* 리페어카페,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그리고 쿨함.

묵직한 지속가능성이란 단어에

가벼운 쿨한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

그 가치를 낮추는 일이 될까봐 조심스럽지만,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볼 수 있도록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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