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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Nov 27. 2018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빌리다

2018 리페어 카페 서울의 장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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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리페어 카페 개최는 도전이었다. "과연 사람들이 오기나 할까" 하는 우려는 준비하는 과정 내내 우리를 괴롭혔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기 위해 리페어 카페의 개최 장소는 굉장히 중요했다. 준비과정 초기에 입지에 대한 고민을 꽤 했었다.



동네 vs 도심, 어디에서 개최하지?


해외 리페어 카페는 대체로 동네 중심에 위치한 지역커뮤니티센터에서 개최된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물건을 들고 찾아올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때 리페어 카페의 타깃은 동네 주민이 된다. 외지인들이 아닌 동네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수리 전문 자원봉사자도 보통은 동네에서 섭외한다. 정기적으로 개최하게 되면서, 같은 동네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동네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동네? 도심? 어디에서 개최해야 할까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해외와는 다르다. 이미 지원사업 심사 때에도 무수히 들었던 "한국은 가성비를 따져서 직접 고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리페어 카페 서울을 동네 커뮤니티 공간에서 개최할 경우, 참여하게 될 사람들은 동네 주민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서도 찾아올 수 있겠지만, 커뮤니티 공간이 동네 안 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전철역에 내려서 버스를 한번 더 환승해서 가야 하는 곳이 많다. 동네단위를 서울시 행정동 기준으로 볼 경우, 동네 인구는 2만에서 4만 명 규모이다. 이들이 리페어 카페 서울의 잠재적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과연 고쳐쓰기에 도전할 참여자가 몇이나 될까?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는 리페어 카페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동네 중심지에서 개최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첫 개최이니 만큼 참여율을 고려할 때 좀 더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2만~4만 명의 동네 주민을 포괄하는 커뮤니티센터보다, 천만명의 시민들을 포괄하는 도심지의 공간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에 개최할 때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중심 공간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리페어 카페에 어울리는 공간이 있을까?  


입지를 도시 중심지로 결정한 뒤, 우리는 리페어 카페의 프로그램에 적합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소형가전, 디지털기기, 패브릭, 가구, 자전거 등 다양한 생활 물건들을 고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각종 물건과 공구, 테이블, 사람들 등을 수용하기 위해 넉넉한 면적이 필요하고, 자전거를 끌고 와 세워놓고 정비할 외부공간도 필요했다. 마당 있는 1층 공간, 또는 마당은 없더라도 넉넉한 공간의 1층. 그리고 기본적인 공구와 장비까지 구비되어 있는 곳이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다.


옥외공간이 있는 1층을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일까


우리는 저렴한 비용 또는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서울 시내 공공/민간 메이커 스페이스,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회의실, 자치회관의 회의실, 서울시 마을 예술창작소로 지정받은 스튜디오, 동주민센터 마을활력소 등 수십 개의 공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방문해서 답사해보고,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도 해보았다.


서울시 내 수많은 공공공간이 있었고,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들도 많았지만, 결국 마당 있는 1층 공간은 섭외하지 못했다. 요즘 공공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마을활력소 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주민커뮤니티공간 조성도 활발하여 좋은 공간을 가진 공공건축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괜찮다" 싶은 공간들은 도심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거나 대중교통 편의성이 떨어졌다. 정해진 사업기간 내에 찾다보니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지만, 도시 중심지 또는 중심지에 가깝게 위치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입지의 1층 공간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메이커스페이스에도 기대를 걸었었다. 정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메이커 활동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메이커들의 작업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기도 하였다.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기본적인 공구부터, 3D 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 중장비까지 구비되어 있다. 넓은 작업대와 넉넉한 공간도 확보되어 있다. 게다가 뭔가 만들고 고치고 싶어 지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메이커 스페이스를 대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장비가 있는 공간이다 보니, 모든 방문객이 장비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한 규정이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자체 교육행사로 주말에는 대관이 불가능한 곳도 많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도 알아보았으나, 대관료가 굉장히 비싸거나 일정이 맞지 않지 않았다.


번외) 물론 중장비를 이용하는 전문 메이커를 위한 공간도 중요하지만, 국내 메이커 인구가 아직은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메이킹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수준까지 가기 전에, 가볍게 고치고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빌리다.


시간은 점점 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1층 공간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2층이나 3층이어도 찾기 쉽고 분위기가 괜찮은 공간들을 우선 섭외하기로 했다. 주민센터나 자치회관의 회의실, 마을활력소, 청년 공간 등 서울시 공유공간은 대부분 지하 1층이나 2, 3층의 창문이 별로 없는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실이었다. 산뜻해 보이는 공간들은 이미 자체 행사가 많아 대관이 불가능했다. 이런 공간들은 대부분 공구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구 대여방안을 알아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동주민센터에 공구대여소 라는 것이 있었다. 해당 동 주민만 대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만약 이용하게 되다면, 내 거주지의 공구대여소에서 빌려갈까도 고려했었다.


공구가 구비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발견했다.

그 와중에, 운이 정말 좋게도, 이대역에 위치한 신촌 사랑방이라는 곳을 발견하였다. 공구가 구비되어 있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2층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창이 넓어 햇빛이 잘 들어오고, 딱딱한 사무용 가구가 아닌 원목가구로 구성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은 서울시의 신촌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장기 공실공간을 임대하고, 신촌동 주민들이 가구를 직접 만들어 조성했다고 한다.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의 회의나, 문화 모임 활동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집수리센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구가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공간을 관리하고 있는 신촌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연락을 했다.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일정으로 대관이 가능했다. 대관비는 무료였고, 공구도 대관 시 사용할 수 있었다. 대관 확정 전, 장소 확인을 위해 방문했다. 사진으로 본 것에 비해 아담했지만, 우리의 첫 행사에는 적합할 것 같았다.  


신촌사랑방, 9월 사전방문 당시


그런데 공간이 자주 사용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약간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 센터 직원분께 얘기를 들어보니, 주민들이 직접 공간을 만들기는 했지만, 주민협의체 대부분이 상인분들이 시라 평소에 공간을 이용하기 힘들다고 하신다. 대학교와 가깝지만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게다가 올해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되면서, 임대료 지원이 끝나 신촌 사랑방도 올해 12월 말에 임대계약이 끝난다고 한다. 내년에는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하게 되어 좋다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다.


2층 공실이 심심찮게 보이는 이 동네에서 주민 커뮤니티 공간마저도 12월이면 나가게 된다니, 안타까웠다. 1층 공실이 발생하지 않아 아직 타격이 크지 않아 이대로 임차인이 나가게 두는 걸까? / 도시재생사업 기간에만 반짝 운영되는 주민공간이 아닌 지속적인 주민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시민 자산화인가?/ 효율성과 수익성이 무엇보다 최고가 되는 한국에서 공공성에 내어줄 자리는 없다고, 단념해야 하는 걸까.


마침내 장소를 구해 기쁘면서도, 이제 곧 사라질 곳이라니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이제 장소와 일시를 확정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리페어 카페 서울을 알릴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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