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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Aug 14. 2023

기리고차, 조선의 과학을 담다.

무거운 일상, 소소한 역사 한 잔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등을 겪으며 국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것의 일환으로 수많은 국방지도와 행정지도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지도제작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당연히 거리측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분위기 속 등장한 것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수레인 ‘기리고차(記里鼓車)’였다.

기리고차

기리고차의 원리는 상당히 과학적이었는데, 일단 수레의 바퀴가 열두 번 돌아가면 가장 아래의 톱니바퀴(1번 톱니바퀴)가 한 번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가장 아래의 톱니바퀴가 열다섯 번 돌면 중앙톱니바퀴(2번 톱니바퀴)가 한 차례 돌아간다. 이렇게 중앙  톱니바퀴가 한 번 돌면 1리 즉, 400m를 갔다는 뜻이고, 400m를 가면 ‘종’이 자동으로 울리게 된다. 그리고 중앙 톱니바퀴가 열 번 돌게 되면 가장 위에 있던 톱니바퀴(3번 톱니바퀴)가 한 번 돌아가는데, 이 톱니바퀴가 한 번 돌면 10리 즉, 4km를 갔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기리고차가 4km를 가면 톱니바퀴와 연결된 북이 자동으로 울리게 된다. 이처럼 북이 울린 횟수와 종이 울린 횟수를 체크하여 총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리고차가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북이 두 차례 울리고 종이 세 차례 울렸다면 대략 9.2.km 정도를 갔다고 볼 수 있다. 


바퀴 열두 번 → 아래 톱니바퀴 한 번

아래 톱니바퀴 열다섯 번 → 중앙 톱니바퀴 한 번(400m, 종 1)

중앙 톱니바퀴 열두 번 → 위 톱니바퀴 한 번(4km, 북 1) 


청구지남의 일부

그럼 조선후기의 거리측정은 얼마나 정확했을까? 위의 지도는 ‘청구지남’의 일부로 세로와 가로의 첫 열에는 대구(大丘), 경주(慶州), 안동(安東)등의 지명이 쓰여 있고 그 외 다른 칸에는 다양한 숫자들이 쓰여져 있다. 해당 숫자들은 지역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예컨대 경주와 영천의 거리는 구십리(九十里)로 되어있는데, 10리가 4km인 것을 고려하면 두 지역간의 거리는 36km라는 뜻이다. 그리고 오늘날 인터넷에 ‘경주 -영천 거리’를 검색하면 아래 사진에도 나와 있듯 33.7km로 되어있다. 즉 현재와 거의 오차 없는 정확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와 영천의 거리

우리는 막연히 ‘조상들은 지혜로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말이 단순히 의례적 표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역사 속 고지도 그리고 거리측정의 정확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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