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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나 Nov 23. 2020

#7 고민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대화하기

지난 두 달 사이에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밌기도 했고, 흥분되기도 했고, 그러다가 문득 힘든 마음에 그만둘까 생각도 하다가, 다시 또 기운을 내서 열심히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론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다 깨우치기를 바랐다면, 그야말로 정말 큰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 둘 다 그동안 해온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튜버가 되는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바심이 나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5번째 영상을 준비하면서도 어김없이 '새로운' 고민들이 생겼다.


먼저 촬영 관점에서 시간과 장소에 따른 어려움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집이나 공원 같은 야외에서만 촬영을 했다. 아무래도 집에서 영상을 찍을 때는 마음이 편하다. 창밖의 날씨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다 컨트롤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없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공원 같은 야외도 비슷하다. 너무 사람이 많은 곳만 아니라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서 원하는 장면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가 원하는대로 상황을 조절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없는 순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종종 상업적 촬영을 하지 말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곳들도 있는데, 우리가 상업적인 촬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항상 집과 야외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도해봐야 하는 일이었고, 이번 영상이 그 첫 번째 시도였다.


다섯 번째 영상은 곧 다가올 남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주말 일상에 관한 것이었는데, 식당을 예약하고 가는 내내 혹시 주변에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원하는 만큼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 조심스러운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만약의 경우 촬영을 포기할 각오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도착한 식당 내부는 테이블 간격도 넓었고 매니저님께서도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엄청난 배려를 해주셨다. 덕분에 익숙한 공간에서 찍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영상도 찍고, 남편의 생일도 마음껏 축하할 수 있었다. 언제나 처음이 항상 어렵지만, 막상 해보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은 온전히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의 이야기이다. 매 순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과 아마도 남편이 느끼고 생각했을 것까지, 오롯이 내 시선에서 자유롭게 써 내려가면 된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 다르다. 우리의 유튜브 채널은 두 사람의 목소리를 하나의 영상에 담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언어나 말투보다는 우리의 언어와 말투를 써야 하고, 나만의 생각이 아닌 우리의 생각과 느낀 점을 표현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우리가 느끼는 것들이 비슷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 별로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을 편집을 하려고 보니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쩌면 큰 숙제를 맞닥뜨렸다. '남편'의 생일에 대해 언급하려고 보니 자연스럽게 화자가 '나'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괜찮았지만, 남편은 썩 맘에 들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유튜버들처럼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만들까 잠시 고민도 해보았다. 하지만 안 쓰던 호칭을 만드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실명을 쓰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결론이 쉽게 날 것 같지 않았다.


업로드 '타이밍'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남편' 생일로 편집을 마무리하고 다섯 번째 영상을 업로드했다. 내 생일까지 앞으로 4개월, 그때까지 영상에서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번 글을 쓰다 문득 내가 '고민'이라는 단어를 엄청 많이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고민'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크고 작은 고민들 앞에서 나와 남편은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더 유심히 듣는 습관이 생겼고, 유튜브가 아닌 우리의 일상에 생기는 다른 많은 고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민들 덕분에 우리가 함께 하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난 힘이 생긴 기분이다. 앞으로도 도전 앞에 수많은 고민들을 마주 할 테고, 그때마다 조금씩 더 우리가 단단해지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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