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회피 편향 - 비자발적 장기투자
손실이 확정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이 마음은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손실 회피 편향이 있는 투자자들은 손절매하는 순간 확정되는 자신의 손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손실이 발생하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다 팔아야 할 때를 놓치게 된다.
손실 회피 편향은 보유한 주식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게 한다. 지금 오른 게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손해를 보기 전에 이익일 때 빨리 팔아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우유부단함과 게으름,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욕심 덕에 수익을 내는 주식 역시 처분하지 못한다는 점. 뭐든 한 번 사면 계속 가지고 가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이다.
너무 오랫동안 파란색을 보다 보니 무뎌진 것인지, 이번에 큰맘 먹고 오랜 기간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 몇 개를 생각보다 크게 괴로워하지 않고 매도했다. 매도 금액이 크지는 않다. 아직 커다란 손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
66만 원어치 샀더니 바로 반토막이 나서 그냥 묵혀두고 있던 종목.
수익률 -50.29%, 33만 원 손실.
2,400만 원어치를 매수했는데 5년째 -60%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에 100만 원 정도를 매도했는데 (수익률 -53.10%, 113만 원 손실), 딱 그다음 날부터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알고 보니 중국의 강제적인 주가 부양 정책의 영향으로 일시 상승한 것이었다. 기업 펀더멘털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장기적 성장세를 바라기는 어렵다고 한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근본이 비슷해 보여 우려된다.
남은 금액은 버린셈치고 60세까지 가지고 가 볼까, 아니면 전부 팔고 잊을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70% 넘게 하락한 시기도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50%까지만 회복되어도 다 팔고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 좀 올라가니 -30%, -10%을 욕심내게 된다. (현재 -41%)
수익률 -1.55%, 2만 원 손실.
130만 원어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5년 간 -4% 선에 머물러 있었다. 꼬박꼬박 이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예금보다 나을 바가 없어서 과감히 매도. 매도 시점에는 조금 올라서 -1.55%에 팔았다. 그동안 분배금을 받았으니 원금 손실은 아니다.
총 150만 원 가까이 손실이 났다. 그래도 증권앱에 들어갈 때마다 보이던 파란색 개수가 줄어드니 기분이 산뜻하다. 손실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빨간색이 많이 보이니 승승장구하는 주식투자자가 된 착각이 든다.
그 외 다른 손실주의 추이는 아래와 같다. 놀랍게도 물타기와 존버 끝에 원금에 가까이 다가간 것들도 있다(KCC, KMI). 이걸 좋아해야 할지.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분명 바보 같은 일이지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지 돈이 없어서 못한 적은 없어서, 배당만 적당이 나오면 묻어두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KCC : 평단 34.7만 원, 현재가 28.5만 원. -17.77%. 배당도 적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업종이라 팔고 싶은 1순위. -70%까지 떨어졌었다가 최근 들어 많이 올랐다. 과거 추이를 보니 두 번 매도 기회가 있었는데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아 놓쳤다. 다시 매수가까지 올라가길 기다리는 중.
HL홀딩스 : 평단 5.7만 원. -38.61%. 팔고 싶다. 흑흑.
한국전력 : 평단 3.3만 원. -39.95%. 물타기를 무수히 시도했으나... 할많하않.
NAVER : 평단 32.6만 원. -47.10%. 막 올라가는 시점에 분위기에 휩싸여 매수했다가...
동풍자동차 : 평단 7 HKD. -63.88%, 손실액 3백만 원. 물타기를 해봤으나 소용없음. 골치 아프다. 전부 매도하고 잊어버릴까 고심 중.
킨더모건 : 평단 24.4 USD. -2.67%. 꽤 성공한 존버. 최대 -70%까지 떨어졌었는데 거의 회복했다. 물타기를 많이 했다. 배당컷이 있었지만 그래도 배당을 잘 주는 편이라 10년간 나름 효자종목이었음.
일단 KCC와 HL홀딩스는 매도할 생각이고, 한국전력과 동풍자동차는 고민 중이고, 네이버와 킨더모건은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