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쏟았는데, 그냥 놀기로 했다》

– 감각이 과학이 되던 순간, 아이는 실험 중이었다

by 소소맘



– 감각이 과학이 되던 순간, 아이는 실험 중이었다


아이가 막 돌이 되기 전
나는 쌀 촉감놀이를 해보려 했다.
쌀 한 컵을 그릇에 담아
아이 앞에 조심스레 내밀었다.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걸로 손끝 자극도 하고, 감각놀이도 해봐야지.’

그런데 아이는
그 쌀을 시원하게,
그릇 밖으로 쏟아버렸다.


“앗, 안 돼!” 대신 “그래, 그렇게 놀자”


나는 잠깐 당황했지만
그 장면을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쏟아진 쌀 위에서
아이는 손으로 쓸고,
두 손 가득 모았다가 다시 흩뿌리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비비며
사방에 쌀을 날렸다.

쌀알이 바닥을 긁는 소리,
손끝 사이로 빠져나가는 감촉,
떨어지며 생기는 작은 소리들.

그날, 아이는
감각으로 과학을 배우고 있었다.


감각은 오래 남는다


쌀로 놀던 그 날,
아이는 여러 동작을 반복했다.

흘리는 것

던지는 것

긁는 것

쥐었다가 놓는 것

팔을 휘저으며 흩날리는 것


그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관찰과 예측, 반복의 연속이었다.

나는 옆에서
“와 다 쏟았네?”
“쌀이 엄청 멀리 날아간다~”
이런 말로 아이의 놀이에 리듬을 더해주었다.


종이꽃가루도, 물도


우린 그렇게 놀았다

쌀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종이꽃가루도 자주 샀다.
4살이 될 때까지
‘떨어지는 걸 관찰하는 놀이’를
끊임없이 했다.

멀리 날려보고

풍선에 넣어 터뜨려보고

부채로 부쳐 멀리 보내보기도 했다


낙하, 확산, 모양의 변화.
모든 게 과학이었다.
아이는 던지고, 흩어지고, 모으며
몸으로 세상을 익히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쌀을 왜 흘려?”라고 말하겠지만


맞다.
청소는 좀 힘들었다.
쌀도 아까웠고,
냉장고 아래 고무패킹을 뚫고 들어간 쌀은 이사할 때 나왔다.
꽃가루는… 한 달 내내 거실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날의 쌀을
그저 곡식이 아니라
세상을 배우는 작은 실험 재료로 받아들였다.

나는 허락했고,
아이는 기억할 것이다.
쌀알이 손끝에서 사르르 흩어지던 그 감각.
그건 분명히,
아이가 만난 첫 번째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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