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오후, 품에 남은 온기

엄마의 손을 놓고 선생님이 되는 시간

by 손지영

현관문을 닫는 순간 짧은 고요가 찾아온다.

아이들은 등원 선생님 손을 잡고 나갔고,

이제 집엔 나 혼자 남았다.


방금 전까지 울고 웃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직 벽에 붙어 있는 듯하다.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마음을 추스른다.

‘이제, 일하러 가야지.’


가방을 메고 버스 정류장에 선다.

햇살이 따뜻하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늘 같은 풍경이 지나간다.

학교, 문방구, 등교하는 아이들.

그 익숙한 장면들 속에서

나는 다시 교사의 얼굴로 돌아간다.



아이들을 맞이하기 전


교실 문을 열면 공기가 다르다.

아직 아이들이 오지 않은 교실은

새벽처럼 조용하지만, 곧 소리로 가득 찰 공간이다.


창문을 열고

책상을 닦고 장난감을 정리한다.

책꽂이 위의 동화책들을 순서대로 세운다.

잠시 후

이 자리엔 또 다른 아이들이 나를 찾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마음을 단단히 세운다.

내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온 마음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이 교실의 작은 발소리들이다.



낮 동안의 세상


문이 열리면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으로 나를 부른다.

그 눈빛은 언제나 말보다 먼저 온다.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같이 웃고 넘어지고 일으켜 세운다.

밥을 먹을 때는 숟가락을 쥐어주고

낮잠 시간엔 조용히 등을 두드린다.

한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의 숨결이 고르게 바뀔 때까지 곁에 있는다.

그때의 고요는 세상 어떤 순간보다 따뜻하다.


시간이 흘러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하나둘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작은 신발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교실은 천천히 고요를 되찾는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온기


불을 끄고 창문을 닫는다.

낮 동안의 공기가 천천히 식어간다.

그런데 팔에는 아직 아이들이 안겼던 온기가 남아 있다.


그 온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따뜻함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