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품, 아이를 다시 안다

하루의 끝 작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시간

by 손지영



기다림의 온도

퇴근길 노을빛이 유리창에 비친다.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
내가 돌본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나의 아이를 만나러 간다.

유치원 문을 열면 둘째가 나를 본다.
“우리 엄마 왔다!”
그 말 한마디에 하루의 무게가 스르르 풀린다.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한 날이면
둘째는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말한다.
“우리 엄마 빨리 왔어.”
그 말에 웃으며 대답하지만
속으론 미안함이 살짝 스친다.

가끔은 혼자 남아 있을 때도 있다.
선생님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기다리는 둘째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릿하다.
그 조용한 기다림이

내 하루의 가장 깊은 울림이 된다.


걷는 시간 이어지는 온기

둘째를 안고 첫째를 데리러 간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길 위로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버스도 차도 없이 우리는 걸어서 집으로 간다.
아이들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온기를 만든다.

집에 도착하면 여섯 시를 훌쩍 넘긴다.
밥을 차리고 챙기고 씻기고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하지만 피로 속에도 묘한 평온이 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결국 내가 가장 ‘살아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의 고백

모든 게 조용해지는 밤,
짧게라도 책을 펼치고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하루였어?”

아이는 이불속에서 눈을 감으며 속삭인다.
“엄마랑 있어서 좋아.”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오늘의 하루가 무거워도 그 품의 온기 하나로
나는 다시 내일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