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에서 물구나무서기(시르샤사나)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초보자들은 벽을 기대고 하게 된다. 겁이 많은 난 벽이 있는데도 잔뜩 긴장을 해서 다리를 올리는 것이 두려웠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기 전 머릿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하다가 넘어져서 목 디스크가 오는 거 아냐?'
'얼굴이나 허리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괜히 시도했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지?'
뭐 이렇게까지 생각을 할까?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타이탄의 도구들>를 쓴 팀 페리스(Tim Ferriss)는 '목적보다 두려움을 정의해야 하는 이유'란 주제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가 말한 것을 정리해보면, 두려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자세히 시각화하는 것인데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고 예상되는 결과에 나름 대책을 생각해본뒤 실행에 옮겨보는것이다. 그러면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그럭저럭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설정을 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로막는 두려움에 대해서는 생각을많이해보지 않는다.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내가 이루기 위해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생기는 두려움은 당연히 가지게 되는 감정 정도로 생각한다. 그는 스토아학파 사상가인 세네카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실제보다 상상에 의해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10년째 장롱면허로 운전을 못한다. 면허를 따고 초반에는 운전을 시도했지만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오자 지금까지 운전을 못하고 있다. 정확히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날 뻔한 상황이 왜 10년 동안 운전을 못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그 당시 상황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데 나도 모르게 엑셀을 힘껏 밟았고 벽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서 사고는 면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때 느낀 공포가 운전을 하면 왠지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은 상상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운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운전을 못함'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편과 따가운 눈치를 받으며 스트레스로 작용되기도 했다. 카풀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고, 운전을 하면 얻게 되는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나 스스로 박탈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그 후에도 운전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상상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들이 모두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것들, 예를 들어 뛰어난 학벌, 돈 많이 버는 직장, 소위 말하는 부자 동네에서 좋은 집에 사는 것 등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성공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저 작은 성취들 속에서 나름 행복을 찾으려 애쓰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남들도 하기 어려운 일에 도전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하겠어! 너무 무리한 도전이야'로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타인들의 시선들은 내 상상 속에서 만든 두려움이지 않았을까?나에게 직접적으로 '넌 못해,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 적은 없다. 오히려, '넌 할 수 있어. 그 일은 너라면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도하지 않은, 아니 못한 일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았을까?
팀 페리스는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는 경우를 생각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현상유지만 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끔찍한 경우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어떠한 행위나 결정을 피한다면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두렵게 느꼈던 '물구나무서기'는 비록 벽을 의지하긴 하지만 제법 안정적으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물구나무서기'를 성공하기 전과 성공한 후의 생각의 변화가 재밌다. 성공하기 전에는 물구나무서기의 부정적인 효과를 찾아보며 '그래, 도전하지 않길 잘했어. 괜히 시도했다가 큰일 나지.' 성공한 후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찾아보며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도전하길 잘했어.'
아직도 두려운 운전이나 남들도 어렵다는 시험에 도전하는 일은 자꾸 자신을 현상유지에 머물게 한다.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두렵다'라는 감정은 그저 도전하는 것을 유예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스토아학파가 말한인내를 가지고 자신의 두려움과 불행을 극복하려는 태도와 팀 페리스가 말한, 지금이야말로 목표를 정의하는 것보다 무엇이 두려운지 정의하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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