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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May 25. 2021

오늘도 감정 시소 탑니다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⑤ - 조미자의 <가끔씩, 나는>

꽁꽁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어,

지금의 나의 모습처럼.

한참 동안 내 마음은 깜깜하고 아주 작은 방 같아.

- <가끔씩, 나는> 중에서 -








부담스럽다, 민감하다, 불안하다, 짜증 난다, 두렵다.


이유 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그냥 지나쳤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왜 이런 감정이 생긴 걸까?


원인은 바로 누군가에게서 느꼈던 부. 러. 움.이었다.


현재 한 커뮤니티에 저작권 등록을 한 캐릭터로 작업한 일러스트를 일주일에 한 작품씩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어떤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꾸준히 작업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멋진 작가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그림 잘 그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부족한 그림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다독였다. 그러던 중, 한 단계 한 단계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누군가의 행보가 내심 부러웠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감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표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계속 맴도는데 손이 따라 주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나 싶은 생각에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더 분발해서 성과를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조급함이 생기기도 했다. 시작했을 때 가졌던 '느리지만 꾸준히 하자'라고 다짐했던 마음가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름대로 처방전이 필요했다. 우선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잠시 벗어나 '딴짓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도 보면서 최대한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무엇보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일했던 태도와 부족하게 느껴지는 실력,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님, 색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무채색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글로 표현하는 작가님,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 위로가 돼주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기를 소망하며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님..... 멋진 그림을 그리고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이런 마음을 가지는 구나. 나는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은 한순간 툭하고 들어오기도 해서 때론 통제가 안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무심코 지나치면 언제나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고약한 면도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정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미자의 <가끔씩, 나는>




조미자의 <가끔씩, 나는>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속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양한 감정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나간다. 주인공은 때론 그냥 서있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혼자 있기도 하고 함께 있기도 한다. 빠르게 가다가도 느리게 가기도 하고 높은 곳에 가기도 하고 낮은 곳에 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마음은 깜깜한 아주 작은 같아서 꽁꽁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작은 방 안에는 가득 멈춰 있는 자신의 마음이 보이기도 한다. 꼼짝하지 않은 자신만큼 세상도 멈춰있다. 하지만 다시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내 마음속 가끔의 나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자신만의 리듬으로.


아마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한계가 있다 뿐이지 내 안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순간순간 지나칠 것이다. 오늘도 내 안에서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들 때문에 웃었다가 가라앉았다가 한다. 때론 이 놈의 나쁜 감정이 좋았던 감정을 가로막아서 컴컴한 어두운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면과 만난다면 자신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감정 시소를 탄다.


가끔씩 나는 높은 곳에 있기도 하고 가끔씩 나는 낮은 곳에 있기도 한다. 가끔씩 나는 누군가의 속도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가끔씩 나는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나간다.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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