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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Nov 22. 2020

나도 해보자, 미니멀 라이프!

정리하는 삶을 지향하며

4년 전인 것 같다. 작은 집에 책들이 책장도 모자라 책상 여기저기 쌓여 있고 각종 서류와 영수증, 사놓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1. 책 기부 - 책 욕심이 많아 구입해서 보는 편이다. 한 권 한 권 사다 보니 책 꽂을 공간이 부족하게 됐다. 평소 참고용으로 보는 책들을 제외하고 모두 도서관에 기부를 했다. 중간 크기의 다섯 박스 정도를 기부하니 책들로 빽빽하게 꽂아있던 책장에 여유가 생겼다.


2. 옷과 신발 기부 - 회사 다닐 때 한 달 동안 나에게 작은 선물로 옷을 샀다.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고 옷가게에서 어울리는 옷을 구경하고 입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옷이 하나하나씩 쌓여 꽤 됐다. 문제는 이렇게 사드린 옷이라도 다음 해가 되면 입을 옷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온다. 가지고 있는 옷과 신발 중에 상태는 멀쩡하지만 안 입는 옷과 안 신는 신발은 아름다운 가게(기부받은 중고품을 판매해 마련한 기금을 사회 자선 및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에 기부를 했다.


3. 헤어 드라이기 기부 - 선물 받은 헤어 드라이기가 다섯 개 정도 되었다. 하지만 쓰는 것은 한 개로 족하다. 나머지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4. 화장품 기부 - 당장 쓰지도 않을 거면서 1+1에 혹해 두었던 화장품을 기부했다.


5. 씨앗 기부 - 집에서 새싹 브로콜리를 길러서 먹는데 씨앗을 주문하면 항상 3~4개 정도의 다른 씨앗을 보내준다. 농사를 짓거나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이 아니다 보니 버리기도 그렇고 주변에 필요한 사람도 없어 쌓인 것이 꽤 됐다.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6. 각종 프린트물과 서류 정리 - 프린트물들을 파일에 넣어 보관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 다시 본 경우는 없었다. 과감히 재활용으로 분류하여 정리하거나 중요한 자료는 폐기해서 버렸다.


7. 서랍장에 있는 각종 문구류 정리 - 언제 샀는지 알지 못하는 문구용품들이 서랍에 숨어있었다. 정작 필요할 때 발견을 못해서 또 사들인 스테이플러, 볼펜, 지우개 등 새 것은 기부를 하고 나머지는 보이는 곳에 보관하였다.


8. 핸드폰의 앱과 사진 정리 - 잘 쓰지 않은 앱들은 핸드폰 용량만 차지한다.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은 앱들은 과감히 삭제했다. 핸드폰이 생활화되다 보니 기억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사진으로 찍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보지도 않고 필요 없는 사진들이 핸드폰을 차지하고 있다. 어차피 사진은 클라우드에 저장되니 보지 않는 사진들을 정리했다.


COVID-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리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TV 예능 프로인 '신박한 정리'는 정리에 대한 꿀팁을 알려주면서 공간 활용에 있어 정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진행을 맡고 있는 신애라의 정리에 대한 철칙은 1년 동안 안 쓴 물건을 버리기라고 한다. 또한 그녀는 정리를 하면 삶은 단순하고 편안해지고 자신한테 진짜 소중한 것들만 남고 그것들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한다.


일본의 '정리의 여왕'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 그녀는 정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두 손으로 물건을 만져보세요. 아직도 설렘을 주나요? 설렘이 없으면 버리세요.'


주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때때로 그 비움의 공간에 적응이 안 되나 보다. '너무 허전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비워있는 공간에는 식물들이 하나씩 차지하게 고 백수로 옷은 덜 사게 됐지만 요가를 하면서 그 자리에는 요가복과 운동복이 대신하게 됐다. 책상과 책장에는 전보다 여유가 생겼지만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고 싶은 유혹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쓸모없는 것과 쓰지 않은 물건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의 정리도 해당된다. 예전에 난 통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집착했다. 그래서 이 관계가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어도 그것을 끊어내면 외로울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만나면 힘든 관계,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관계의 거리를 둔다.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아 정신적으로 편안해졌지만 관계가 너무 심플해졌다.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인 도미니크 로로홀로서기 법칙에서 혼자서 삶을 풍요롭게 하라고 말한다. '혼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alone'은 원래 'all one' 즉 '완전한 하나'를 의미하는데, 그녀는 혼자 있는 삶을 즐기고 고독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라고 한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작은 시도들은 내가 어디에 에너지를 집중할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타인과의 관계는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쓸데없는 신경 쓰임으로 채워진 삶은 정작 내 주변의 삶에 무신경해진다.


삶의 공허함을 물건으로 채우려는 심리도 있다. 자제력을 잃고 그것만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은 마음으로 어느새 카드를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곧 후회가 밀려온다.


삶에서 필요한 것과 순간의 만족 위해 채워 넣은 욕망의 산물들이 정작 '나'를 가려놓았다. 정리를 하고 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타인이 생각하는 중요한 무엇이 아닌 '나'라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집중을 해야 할지를.


마음이 복잡할 때 책상 정리, 옷장 정리를 한다. 정리하는 동안 남길 것과 버릴 것이 보이고 무의미하게 쌓아놓은 짐들을 정리하면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러면 내가 어디에 집중할지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다잡은 마음이 흐트러져 잡다한 생각들이 또다시 채워지지만 그때가 되면 다시 정리를 하면 된다. 그리고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정하고 남아있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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