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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ul 12. 2024

변호사가 유류분 계산을 못한다고?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구체적인 말씀은 못 드립니다만 참으로 갑갑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유류분 사건인데 원고 변호사도, 피고 변호사도 유류분 계산을 못하더군요. 그래서 서로 잘못된 계산을 가지고 와서 일부 당사자와 합의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래서 피고는 어머어마한 손해를 봤고, 이걸 완전히 회복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변호사 한 명이 유류분 계산을 못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왜 둘 다 못한 것일까요? 


그건 유류분을 계산하는 원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책에 나온 계산식에 그냥 숫자만 대입해서 풀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유류분 반환청구는 유류분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류분 부족액을 구하는 것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독차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법정상속분의 일부분은 유류분으로 정하여 유류분보다 부족하게 상속받은 사람은 자신의 법정상속분보다 많이 상속받은 사람에게 그 부족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유류분 반환 청구는 엄밀히 말하면 유류분 부족액 반환 청구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송의 관건은 유류분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류분 '부족액'을 구하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김 씨의 자녀들은 유류분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요?


김**씨가 돌아가셨는데 자녀 A, B, C가 있습니다.


김 씨는 돈을 아주 많이 버셨습니다. 그래서 생전에 A에게는 40억을 주고, B에게는 20억을 주었는데 C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주려고 했지만 그전에 돌아가셔서 기회를 놓쳤을 겁니다. 돌아가신 뒤 김 씨의 재산을 확인해 보니 여전히 30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 억울한 C를 위해 계산을 해 봅시다.


김 씨의 원래 재산은 40억 + 20억 + 30억이니 90억이었습니다. 그중 40억과 20억은 A, B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나머지 30억 은 어떻게 나누는 것이 공평할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생전에 김 씨로부터 받은 게 없는 C가 더 가져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게 상식이고 도리니까, 우리 법에서도 그렇게 계산합니다.


C의 상속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간주상속분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야 합니다. 진짜 상속재산은 남아 있는 30억인데, 이걸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지 계산하기 위해 과거에 증여했던 재산들도 그냥 상속분이라고 '간주'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간주상속분은 A에게 간 40억과 B에게 간 20억, 남아 있는 30억까지 합해 총 90억입니다.


그러면 이 간주상속분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 봅니다. 그러면 원래 받아야 할 공평한 몫이 계산이 될 겁니다. 자녀가 3명이니 1/3을 곱하면 됩니다.


90억 X 1/3 = 30억


자, 이제 각자 30억씩 받아야 공평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이 금액에서 각자가 먼저 받아간 돈을 빼면 지금 남은 30억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최초의 구체적 상속분'이라고 부릅니다.


A : 30억 - 40억 = -10억

B : 30억 - 20억 = 10억

C : 30억 - 0 = 30억


A, B, C가 받아갈 돈을 합하면 30억이니까 공평한 몫은 정했는데, 문제는 A네요. 

A의 몫은 -10억이니까 10억을 토해내야한다는 결론이 되는데, 우리는 30억을 어떻게 나눌지를 정하는 것이지 A에게 옛날에 받은 돈을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이 -10억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의 문제가 생깁니다.


이 상황을 계산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만, 복잡하니까 법원 실무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산해 봅시다.


실무에서는 A가 토해내야 할 10억을 나머지 사람들의 법정상속분 비율대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A가 토해내는 건 안되니까 그 부분만큼을 나머지 사람이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 부담하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은 사람이 2명이니 10억을 1/2씩으로 나누면 각자 5억씩 됩니다. 이 5억을 '안분공제액'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구체적 상속분에서 이 안분공제액을 빼면 30억을 어떻게 나눌지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수정된 구체적 상속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뺐을 때 또 마이너스가 나오면 한 번 더 안분공제를 하는데, 더 이상 마이너스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산한 것을 '최종 구체적 상속분'이라고 합니다.


B : 10억 - 5억 = 5억
C : 30억 - 5억 = 25억


이렇게 계산을 해보니, 돌아가신 김 씨의 남은 재산 30억을 B가 5억, C가 25억을 받아가면 공평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를 하게 되면, 이렇게 B는 5억 C는 25억을 가져가라는 판결이 나옵니다.


이제 유류분 부족액을 구해봅시다.


우선 유류분을 구하려면 앞서 계산한 간주상속분에서 유류분 비율을 곱하면 됩니다. 유류분 비율이 법정상속분의 1/2이고 법정상속분이 1/3이니까 1/6을 곱하면 됩니다.


유류분액 : 간주상속분 90억 x 1/6 = 15억


유류분액이 15억이니 만약 위 15억보다 적게 받아갔다면 그 부족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A, B, C가 결국 가져갔거나 가져갈 금액을 따져 볼까요?


A : 증여받은 40억 + 남은 돈 중 0원 = 40억
B : 증여받은 20억 + 남은 돈 중 5억 = 25억
C : 증여받은 0원 + 남은 돈 중 25억 = 25억


결과적으로 A는 40억, B는 25억, C도 25억을 받았거나 받게 될 것이니, A, B, C 모두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을 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아 있는 상속재산에 기여분도 없고 분할에 관한 협의나 재판이 없었다고 가정한 계산입니다.



변호사들도 자주 틀리는 유류분 계산

계산을 해 보시니 단순하지 않지요?


그래서 저도 상담 중에 바로 계산을 해 드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복잡하거든요. 대충 말만 듣고 바로 금액이 나온다면 암산의 천재일 수 있습니다.


계산을 틀린 변호사들의 이유를 보면, 대개 남아 있는 재산을 그저 법정상속비율대로 단순하게 나누는 실수를 많이 합니다.


위 사례에서 남아 있는 30억을 단순히 법정상속비율인 1/3씩 나누어 10억씩 가져간다고 가정해 보면 이렇습니다.


A : 40억 + 10억 = 50억
B : 20억 + 10억 = 30억
C : 10억


이 상황에서 C는 유류분액이 15억인데 10억밖에 못 받으니 5억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알고 오시는 일반인도 많고 법정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변호사님도 꽤 보았습니다.


그런데 구체적 상속분을 구해보면 남아있는 재산에서 그동안 재산을 받지 못했던 C가 가져갈 몫이 많아지게 되어 유류분 부족액이 없게 되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왜 틀린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제가 최근에 본 사건에서는 원고 측 법무법인 두 곳과 피고 측 법무법인 한 곳, 아마 소속변호사님들 다 합하면 10명도 넘을 것 같은데, 어느 한 곳도 맞게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법원에서라도 지적을 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법원에서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변호사가 공부를 안 하고 사건을 수임한 것은 윤리의식이 부족한 것이고, 법원에서도 몰랐다는 것은 가사소송이 아니라 민사 소송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류분은 상속재산의 분할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의 관할이 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지만, 일반 민사법원의 관할입니다. 그래서 가사 재판부 경력이 없는 법관이 처음 유류분 사건을 보면 이게 잘못된 계산인지 바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민사법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의 분쟁을 다루기 떄문에 법관이 모든 법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변호사가 있으면 변호사가 알아서 보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서 주장하는 것이지요.


제가 정말로 쉽게 써 보려고 해 봤습니다만, 그래도 유류분 계산은 이해하기 어렵지요? 정말 차근차근 계산하고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라, 쉽게 생각하고 소송을 했다가는 양쪽 소송비용만 날리고 가족 간에 감정만 상하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고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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