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들에게 부러움을 받고 살아 왔다. 의사가 되기까지 오랫동안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마흔이 넘었지만 둘 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 사실 별로 결혼 생각도 없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선을 보라'며 결혼을 강요하고 특히 부모님은 당사자의 의사도 묻지 않고 선 약속을 잡은 적도 몇 번 있었다. A와 B는 학교 선후배로 알던 사이인데 같은 처지라서 서로 잘 통하는 면이 있었다.
어느날 함께 술을 마시다가 너무 취한 나머지 A는 "그냥 우리 혼인신고를 할까?" 라고 하였다. B도 "그러자"라고 하였다. A는 B에게 신분증을 주며 "네가 내일 시청에 가서 신고해라"고 하였다.
다음날 B는 시청에 가서 진짜로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였다. B는 A에게 "진짜로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하였다. A는 "술 먹고 장난으로 한 얘긴데 진짜로 하면 어떡해"라면서 화를 내었고, 둘은 그 다음 날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하기로 했다.
A와 B가 시청에 가서 전날 혼인신고를 접수한 공무원에게 "혼인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하자, 공무원은 "취소할 수 없다"면서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A는 "아니, 어제 신고한 것이고, 신고할 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왜 취소가 되지 않느냐"고 따졌으나, 공무원은 "사정은 알겠지만 규정이 그래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A는 "그럼 이혼신고는 가능하냐"고 하자, 공무원은 "법원에 가서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받아오거나 판결문을 가져와야 한다"고 하였다. A는 화가 나서 "혼인신고는 바로 되면서 이혼은 왜 법원에 갔다 와야 하냐"고 하자, 공무원은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결혼을 한 사람이니 혼인신고를 해 보았을 것이다. 혼인신고는 간단하다. 결혼을 할 남녀 둘이 같이 관공서에 가서 신고해도 되고,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신분증을 들고 가도 된다. 혼인신고서에 빈칸만 채워 넣고 제출만 하면 끝이다. 심지어 상대방 몰래 신분증을 훔쳐서 신고할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주운 신분증으로도 가능하다. 너무 간단하다.
그런데 이혼은 어렵다. 당사자끼리 이혼하기로 합의하였어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금방 되지도 않는다. 미성년 자녀가 없으면 1개월,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의 숙려기간도 거쳐야 한다. 자녀양육 안내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때도 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떠나서 이혼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해야만 이혼이 가능하다. 소송을 한다고 하여 항상 이혼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혼도 서로 좋아야 하는 것이지 한 명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듯, 이혼 역시 서로 의견이 맞아야 금방 끝나는 것이고, 의견이 다르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혼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이유가 타당한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제도를 바꿀 수 없으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A와 B는 결국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혼인신고를 취소하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어쨌든 신분증을 줄 때는 혼인신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혼인 취소 사유는 되지 않고,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면서, "어차피 혼인을 무효로 하려면 소송을 해야하니, 이왕에 소송을 해야하는 것이면 이혼 청구도 함께 하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혼인이 무효나 취소가 되더라도 어차피 기록에는 남는다"고 하였다.
A와 B는 "기록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어떠한 방법이라도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해 달라"고 하였다. 변호사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협의 이혼이다"라고 하면서, "숙려기간이 한 달이라 오늘 접수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은 넘게 걸린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A가 3주 뒤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A는 "변호사님이 대리해 줄 수 없냐"고 물었고, 변호사는 "협의이혼은 변호사가 대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외국에 있더라도 협의이혼은 할 수 있는데, 절차가 어려우면 법원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고, 조정 신청은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A와 B는 이혼 조정 신청을 변호사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그런데 변호사가 하는 말이 "변호사 한 명이 양쪽 모두를 대리할 수 없다"면서, "내가 A를 대리하면 B는 변호사 없이 직접 출석하거나 다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A만 변호사와 계약을 하기로 하고 B는 변호사 없이 직접 출석하기로 하였다.
이혼을 하는 방법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 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였다면 ‘협의 이혼’을 할 수 있다. ‘합의 이혼’이 아니라 ‘협의 이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법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판상 이혼은 부부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소송이나 조정을 통하여 이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정을 신청하지 않고 소송을 신청하기 때문에, 협의이혼이 되지 않으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자녀의 양육과 친권에 관하여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의이혼을 할 수 없다. 자녀를 누가 양육할지, 친권자는 누구로 할지, 양육비는 어떻게 분담할지를 모두 합의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합의되지 않았으면 이혼 소송(재판상 이혼)을 해야 한다.
협의이혼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상 이혼을 해야 하는데, 재판상 이혼을 위해서는 다음 6가지 중 어느 한 가지 이상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1.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때
6. 그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위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인지는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자.
협의이혼 과정에서는 양육비 외에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에 관하여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절차가 없다. 즉, 위자료나 재산분할은 각자 알아서 합의해야 한다. 보통은 각서나 합의서를 작성하곤 하는데, 당사자가 각서나 합의서를 공증한다고 해서 이를 가지고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끼리 작성한 합의서를 어느 한쪽이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소송을 해서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개 당사자끼리 합의가 되면 협의이혼 절차로 진행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진행하지, 조정을 먼저 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부끼리 의견이 서로 다른데 법원에 출석하였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합의가 바로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이혼조정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사소송법에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상 이혼조정신청을 먼저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번에 합의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협의이혼 절차로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조정은 당사자끼리 법원에 출석하여 조정위원이나 판사의 중재로 서로 합의를 하는 과정이다. 숙려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편으로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는 조정 역시 여러 절차를 거쳐야하고 숙려기간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일은 늦게 잡는 경향이 있어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조정은 법정이 아닌 회의실과 비슷한 조정실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조정 기일에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조정장(대개 판사)이 그 합의내용으로 '조정조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 조정조서는 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조정이 아니라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게 되면, 가령 제1심에서 판결을 받으면 양 당사자는 일정한 기간 내에 항소를 할 수 있고, 그 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 조정 조서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말은 항소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당사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 조서를 가지고 강제집행도 할 수 있다.
즉 조정으로 위자료를 1,000만 원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의 통장을 압류할 수도 있고, 상대방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을 경매로 넘길 수도 있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TV나 냉장고와 같이 가치 있는 물건에 대해서 소위 ‘빨간딱지’를 붙여 압류하고 경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어도 마찬가지다.
결국, 처음부터 조정신청이 의미가 있는 경우는 부부 사이에 합의가 되긴 하였으나 양육비 외에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대해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 조서'를 받고 싶은 때가 될 것이다.
다만, 조정은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출국을 해야 해서 협의이혼 절차를 이행할 시간이 없는 경우나, 연예인과 같이 이혼 과정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 합의는 되었으나 협의 이혼 과정에서조차 상대방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경우에도 조정 신청을 고려해볼 만하다.
판사마다 재판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 소송을 하였어도 가사소송법에서 정한 것처럼 조정에 먼저 회부하는 경우도 있고, 우선 재판을 거쳐서 당사자의 의견이 정리되고 재산 내역이 어느 정도 파악된 뒤에 조정에 회부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부부 사이에 합의가 되었으면 협의이혼
합의가 되었는데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를 받고 싶으면 ‘이혼조정신청’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재판상 이혼(이혼 소송)
이혼 외에 혼인(법에서는 ‘결혼’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혼인’이라고 한다) 해소 사유가 몇 가지가 있다.
1. 사망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면 혼인 관계가 해소된다. 이혼 소송 중이었다면 법원은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종료’ 선언을 하고 마무리한다.
2.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비슷한 것 같지만 요건과 효과가 다르다. 둘 다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나, 혼인취소는 장래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다. 즉 혼인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전에 배우자로서 한 행위는 유효하다. 반면 혼인이 무효로 되면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된다.
이혼보다 혼인의 취소나 무효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혼사유와 혼인 취소사유, 혼인 무효 사유는 서로 다르다.
혼인 취소사유
1. 혼인적령(만 18세)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2. 미성년자 또는 피성년후견인이 부모 또는 성년후견인의 동의 없이 혼인한 경우
3.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사람과 혼인한 경우
4.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었던 사람과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사람과 혼인한 경우
5. 중혼(重婚)인 경우
6.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나 그 밖의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7.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 무효 사유
1. 당사자 사이에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경우
2.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 혈족을 포함) 사이의 혼인인 경우
3. 당사자 사이에 직계 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경우
4. 당사자 사이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 관계가 있었던 경우
그런데 혼인이 취소가 되건 무효가 되건, 기록에 남는 것은 동일하다. 즉, 혼인을 한 기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인을 하였던 기록과 혼인이 무효 또는 취소라는 기록이 같이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기록에 민감한데, 혼인이 무효나 취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부부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대리권이 있다(일상가사 대리권).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대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령 아내가 남편을 대리하여 제3자와 계약을 맺었는데 나중에 혼인이 취소되는 때가 있다. 이때 제3자는 아내에게 일상가사 대리권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 부부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제3자와의 관계가 문제 될 수도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기록에 남기는 것이다.
기록에 남는 것을 너무 좋지 않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혼인이 무효나 취소가 된 후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과거에 결혼을 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 관공서나 회사에 혼인관계 증명서를 내야 할 때에는 ‘일반’ 증명서로 발급받으면 현재 유효한 사항만 나오므로 과거에 혼인하였던 기록까지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
C와 D는 2년 전에 결혼식을 하였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있었다. 혼인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아이도 없었고 서로 바쁘다보니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사실 혼인신고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보니 나중에 필요할 때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늦은 밤 C는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D의 휴대전화에 카톡이 왔다. '이 시간에 누가 카톡을 보내나'싶어서 D의 휴대전화를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여보, 지금 자?"라는 메시지가 온 것이다. C는 D의 휴대전화를 열어 그동안의 대화를 보았더니 C가 어느 여성과 서로 '여보'라고 부르면서 흔히 연인들 사이에 있을 법한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다.
너무 놀란 D는 C에게 자초지종을 캐 물었다. 그러자 C는 오히려 "남의 핸드폰을 왜 함부로 보냐"며 불같이 화를 내었다. 결국 그날 둘은 크게 싸웠는데, 다음날부터 C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D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더니 며칠 후 C로부터 "우리 그냥 헤어지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D는 기가 막혀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C에게 "네가 바람을 피워서 유책배우자니 나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하자 C는 "우리가 언제 혼인신고를 했냐? 부부가 아니라 그냥 남남이다"라고 하였다.
화가 난 D는 변호사를 찾아가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사실혼 관계"라고 하면서 "사실혼 관계에서는 이혼 절차가 없다"며, "그냥 한 쪽에 헤어지자고 하면 사실혼이 해소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남녀 사이에 혼인을 하겠다는 의사도 일치하였고, 부부가 실제로도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고, 법적으로 혼인이 금지되는 사이도 아닌 경우인데,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다. 사실혼에서도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배우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따르지만,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효과, 예를 들면 상속이나 상대방의 친족과의 인척관계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실혼은 이혼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둘이 헤어지기로 합의하면 해소가 되는 것이고, ‘일방적인 통보’로도 해소될 수 있다.
법률혼 관계인 경우, 가령 다른 사람과 외도를 하는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즉, 유책배우자)은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혼의 경우라면 말 그대로 그냥 헤어지면 해소가 되는 것이어서, 유책배우자라도 일방이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하면 해소가 되는 것이다.
다만, 사실혼을 일방이 부당하게 파기하는 경우라면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또 사실혼이 해소되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고, 둘 사이에 자녀가 있었다면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다.
혼인신고를 한 부부, 즉 법률혼 부부가 서로 별거를 하여 서류상으로만 혼인 관계일 뿐, 실질적으로 남남처럼 지내는 경우를 ‘사실상 이혼’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원의 확인을 받아 행정관서에 이혼신고를 한 경우(협의이혼)나 법원으로부터 이혼 판결을 받은 경우(재판상 이혼)에만 이혼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이혼’을 이혼으로서 효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