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 아이가 아직 어렸지만 남편의 잦은 외도를 견딜 수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이혼하자"라고 하였다. 남편은 "그러자"면서, "넌 결혼할 때 가지고 온 게 하나도 없으니 아이를 데리고 몸만 나가라"라고 하였다.
다음날 A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갔다. 남편에게 "당장 생활비가 없으니 돈을 좀 보내달라"라고 하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혼을 할 거면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해야 되지 않냐"라고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계속 친정집에 있을 수 없어 근처 부동산에 가서 아이와 살 집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원래 살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파트를 살 때 남편의 명의로 해 놓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파트는 신혼 때부터 차곡차곡 돈을 모아 최근에서야 마련한 부부의 거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남편은 생활비도 양육비도 주지 않으면서 재산분할을 해 주기 싫어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것 같았다.
재판상 이혼은 협의이혼보다 항상 오래 걸린다.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비용도 많이 든다. 소송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배우자와 협의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다만 배우자가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폭력적이라면 협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때에는 어차피 같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 차라리 소송을 하겠다는 결심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협의를 할 때는 재산 문제와 자녀 문제를 나누어 생각하면 된다. 협의이혼 절차에서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관하여 ‘판결문’과 같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서류를 만들어주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위자료든 재산분할금이든 어차피 ‘돈’으로 정산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굳이 나누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배우자가 외도를 하여 이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위자료’를 포함시키는지가 향후 상간자(외도의 상대방)를 상대로 한 소송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를 받지 말거나, 받더라도 소액만 받아야 한다.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받으면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녀문제는 친권자와 양육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양육비는 매월 얼마로 할 것인가, 면접교섭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하면 된다. 자녀 문제에 관하여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의이혼을 할 수 없다. 협의이혼 절차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합의할 수 없어 결국 소송을 해야 한다면, 우선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자. 사실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해도 되고, 종이에 손으로 써도 되고, 휴대전화 메모 기능을 이용해도 된다. 사실관계를 정리해 놓으면 소장을 작성할 때 편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을 할 때도 편하다. 대부분 변호사들은 사실관계를 정리한 ‘진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혼 소송을 위해서는 결혼 생활의 구체적인 내용에서부터 재산을 일구어낸 과정까지 세세하게 알아야 하는데, 한두 시간 상담만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진술서’는 어차피 작성해야 하니까 미리 써 놓는 것이 좋다.
진술서를 작성할 때에는 특별히 형식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이혼 및 위자료 사유(이혼 사유와 위자료 사유는 같다), 재산분할, 자녀문제를 나눠서 정리하면 편하다.
이혼 및 위자료 사유는 1. 이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와 2. 결정적인 계기는 아니지만 혼인 기간 중 있었던 갈등을 나누어 작성하면 좋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거나 폭행이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은 ‘결정적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0년 전에 외도를 하였다’ 거나 ‘5년 전에 폭행을 당하였다’는 사실은 결정적인 계기라고는 하기 어렵다. 결정적인 계기는 없지만 이런저런 갈등이 쌓이고 쌓여서 도저히 참지 못하여 헤어지기로 결심한 것이라면, 위와 같이 나누어 작성할 필요는 없다.
진술서를 작성할 때에는 ‘주어’와 ‘목적어' 즉 누가 누구에게 그 일을 하였는지를 써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도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가 그랬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가령 ‘아파트로 살 때 7,000만 원을 주었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누구에게 주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가급적 날짜나 시기를 표시하고 시간 순서대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배우자가 외도를 하였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더니, ‘그건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라는 답변이 올 때도 있다. 구체적인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연도와 계절까지라도 작성하는 것이 좋다. 가령 '2020년 9월 10일 오전 10:30’이라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기는 하나, 기억이 나지 않으면 ‘2020년 가을 경’이라고 작성해도 괜찮다.
재산분할에 관련해서는 단순히 아파트와 같이 큰 재산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생각보다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부동산, 전월세 보증금, 자동차, 보험, 퇴직금, 대출 등에 관하여 취득시기와 가격, 누구의 돈으로 취득하였는지(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인지 부부의 돈으로 마련한 것인지)를 표시하는 것이 좋다. 혼인기간이 짧다면 혼인 전 재산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표시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재산 내역을 구체적으로까지는 알지 못한다면, ‘토지는 있지만 주소는 모름’이라고라도 작성해야 한다.
상대방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기관도 표시해야 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알면 아무래도 소송 진행이 편하다.
‘이러한 것도 증거가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증거에는 특별히 제한이 없다. 본인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사진, 카카오톡 대화, 문자메시지, 자동차 블랙박스, 통화 녹음 등이 많이 나온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는 ‘글자만’ 확보하는 것은 좋지 않다. 편집이 쉽기 때문이다. 가급적 카카오톡 대화창 화면은 그대로 캡처하여 이미지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화면을 캡처하는 방법은 휴대전화마다 다른데, 대화를 한 ‘날짜’가 보이게 캡처해야 한다. 카카오톡의 경우 대화창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날짜가 표시된다.
음성이나 통화 녹취는 1~2분 내로 짧은 것이라면 법원에 파일로 제출해도 되나, 수십 분 짜리라면 일일이 들어볼 수는 없으므로 속기사에게 의뢰하여 녹취록으로 만들어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이라면 녹취록을 미리 만들 필요는 없고, 상담을 거쳐 필요한 부분만 만드는 것이 좋다. 녹취록을 작성하는 비용은 꽤 비싸기 때문이다. 경험상 의뢰인이 가져오는 녹취 파일 중 불필요한 부분이 많고, 이혼 소송의 특성상 대화가 지나치게 길 때가 많다.
간혹 증거를 잡기 위하여 흥신소를 이용하는 때도 있으나 흥신소를 통해서 얻은 증거가 별 의미가 없을 때가 많으며, 상대방에게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가 직접 상대방을 미행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때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발각되면 부정 망상(의처증, 의부증)이라고 공격받을 수 있다.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가짜로 차용증을 만들어 오는 때가 많으나, 금전을 빌리고 빌려주었다는 사실은 차용증 하나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가짜로 차용증을 만들면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어린 자녀에게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 진술을 하도록 하여 이를 녹음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의 진술서를 가져오거나 음성 녹음, 동영상을 가져오는데,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녀의 정서와 복리를 해치고 있다'라고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혼 소송에서 양육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자녀가 만 13세 이상이면 법원에서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고, 그보다 어리더라도 양육환경조사를 할 때 의견을 청취할 수도 있다. 즉, 당사자가 무리하게 자녀에게 진술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또 아이들은 대개 부모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특히 부모의 사이가 안 좋으면 엄마한테 하는 얘기와 아빠한테 하는 얘기가 서로 다를 때가 많다. 아이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에게 진술을 받아오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다만, 자녀가 성인이라면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자의 단독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은 배우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배우자가 특히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할 것이 걱정된다면 미리 가압류나 가처분을 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가압류는 금전 채권에 관한 것이고 가처분은 금전 외의 채권에 관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가압류는 받을 돈이 있을 때 신청하는 것이고, 가처분은 받을 것이 돈 외의 것일 때 신청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위자료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가압류를 신청하고, 재산분할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가압류나 가처분을 신청한다. 왜냐하면 재산분할금은 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그중 일부는 부동산으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압류나 가처분을 신청할 때 인지대(법원에 내는 일종의 수수료)와 송달료(우편비용) 외에도 등기신청 수수료와 등록면허세를 납부해야 하고 대부분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담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가압류나 가처분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민사소송을 할 때 담보는 대개 현금을 공탁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지만, 이혼 소송의 특성상 가압류나 가처분의 필요는 있는데 당장 현금이 부족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법원에 현금 공탁 대신 지급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대개는 받아준다. 지급보증보험은 대개 서울보증보험에서 가입한다. 보험가입서류는 따로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담보는 부동산으로 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변호사 수임료 외에 등록면허세(현재는 신청금액의 0.2%)가 가장 많이 들고, 보증보험료가 그다음으로 비싸다. 나머지는 몇 만 원에서 몇 천 원 수준이다.
가처분이나 가압류는 본안(이혼 소송)과 별개의 사건이다. 변호사 보수 역시 이혼 소송과 한꺼번에 계약하여 지급할 수도 있고, 가압류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보수를 따로 약정할 수도 있다. 소송 도중에 가압류나 가처분을 해달라고 하면 보통 추가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가압류나 가처분은 항상 ‘소송’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가압류나 가처분을 해 놓고 소송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제소명령 신청’을 하여 쉽게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통장이나 급여를 가압류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청은 가능하나 법원에서 잘 받아주지 않거나 거액의 공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압류나 가처분은 주로 부동산에 대해 신청한다.
C는 이혼을 원치 않는다. C도 배우자 D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자녀가 더 큰 뒤에나 이혼을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D가 가출을 하더니 이혼을 하자고 요구한다. D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면서 급기야는 같이 살던 집을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C는 불안한 마음에 집에 대해서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위와 같은 경우 D는 제소명령 신청을 할 수 있다. 제소명령 신청에는 특별한 사유가 필요 없다. 제소명령이 내려지면 C는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가처분은 취소된다.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은 곧 D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이혼을 하지 않으면 가처분도 할 수 없다.
D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경우라도 C는 소송(반소)을 제기해야 한다. 다만, 이때 C는 '예비적 반소'로 청구할 수 있다. 말이 좀 어렵지만, C는 이혼을 원치 않지만 만약 D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C에게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달라는 식의 청구이다. 이 경우에는 이혼을 거부하면서도 가처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실제로 이혼이 되지 않는다면 가처분 역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므로 D가 법원에 신청하여 가처분을 취소하고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릴 수 있다.
배우자의 폭행이나 스토킹이 우려된다면 접근금지 가처분(사전처분)을, 소송 기간 중 상대방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 우려되거나,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방해할 것이 우려된다면 양육비나 면접교섭에 대한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사전처분은 소송으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니까 그전에 임시로 결정을 내려달라는 신청이다. 본안 소송과 별도의 재판으로 할 수도 있고, 본안 소송에서 판사의 직권으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신청하는 내용도 다양하지만 보통은 양육비 때문에 청구할 때가 많다. 제1심 판결 선고 때까지 매월 얼마 씩의 양육비를 지급해 달라는 식이다. 제1심 판결에 선고되면 양육비는 '가집행'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처분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양육비 외에 임시 양육권을 구할 때도 있는데, 양육비에 대한 사전처분이 내려졌으면 이는 양육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대개는 불필요하다.
그 외에 상대방이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경우에 면접교섭에 관한 사전처분을 할 때가 있다.
사전처분에 대한 변호사 보수 역시 서로 계약을 하기 나름이다. 보통 소송을 하면서 동시에 신청을 해 달라고 하는 때에는 처음 변호사와 계약을 할 때 수임료에 사전처분 신청 비용도 감안할 때가 많다. 그렇지 않고 소송 도중에 사전처분을 신청해 달라고 하면 판사가 직권으로 해 주지 않는 이상 대개는 추가로 수임료를 내야 한다. 별도로 재판이 필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전처분의 가장 큰 단점은 집행력이 없다는 것이다. 집행력이 없다는 것은 상대방이 지키지 않았을 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전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위 '괘씸죄'라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은 판사가 하는 것이고, 이혼 소송에서는 판사의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판사에게 잘 못 보이면 그만큼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