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자 소송에서 구상 문제는 아직 해결이 잘 되지 않았다. 이혼을 하면서 외도를 한 배우자와 상간자를 모두 피고로 하여 위자료 청구를 할 때는 문제가 간단할 수 있는데, 이혼을 하지 않으면서 상간자만을 상대로 위자료를 구하면, 위자료를 지급한 상간자가 다시 배우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구상청구가 인정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도 굉장히 혼란스럽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서 한 명이 전부를 변제했으나 나머지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상권을 인정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으로 구상금을 지급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니 소송만 여러 번 했지 남는 게 뭐가 있냐는 말이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외도를 하여 이혼은 하지 않으면서 상간녀에게 위자료를 청구하였더니 1,500만 원을 지급받으라는 판결이 나왔을 때, 상간녀가 남편에게 구상을 청구하여 50%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면, 결과적으로 부부는 상간녀로부터 750만 원을 받게 된다. 이때 2건의 소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선임비로 500만 원 정도 지급하였다면 결국 250만 원을 손해 보게 된다. (소송비용은 패소자 부담 원칙이고 보통 3,000만 원을 청구하여 1,500만 원 정도의 판결이 나올 때가 많으니 소송비용을 상간녀에게 물리기는 힘들다)
결국 소송 기간만 오래 걸리고 상간자도 피해가 있기는 하나 피해자 역시 변호사비를 빼면 오히려 손해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161692 판결 역시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원고는 미국에 거주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이고, 남편은 국내에서 안과병원을 운영 중이었다. 피고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피아노 전공 여성으로, 유흥성격의 이색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원고의 남편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처음엔 남편이 기혼자임을 밝히지 않았지만, 추후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금전적 지원과 병원 내 피아노 레슨 등의 명목으로 관계는 지속되었다. 이후 남편의 자녀가 부정행위를 인지하고 이를 원고에게 알렸고, 원고는 상간자인 피고만을 상대로 위자료 5,000만 원을 청구하게 된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남편이 피해자인 원고와 신분상, 생활상의 일체를 이루는 공동불법행위자인데, 만약 상간자에게 피해액의 전액을 배상하라고 하면 상간자는 남편에게 구상을 청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부부관계 회복을 방해하고 분쟁을 중복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가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피고의 부담분만으로 한정하여 위자료를 1천만 원으로 인정하였다.
실질적인 피해의 회복과 당사자들의 소송경제까지 고려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상간자 소송의 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간자 소송은 굉장히 빈번하게 제기되는 사건임에도 상간자가 구상을 청구할 수 있는 문제, 또 구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관하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대법원에서 판례로 명확히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