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2023느단164 사건
청구인 A는 베트남 국적 출신 여성으로, 한국인 남편 C와 혼인하여 사건본인 B를 출산했다. 자녀는 아버지 C의 성과 본을 따르고 있었는데, 청구인은 이를 자신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했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성·본 변경은 이혼이나 재혼, 양부 입양 등 가족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있을 때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은 부모가 여전히 혼인 중인 상태에서 모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부모는 자녀가 매년 베트남 외가를 방문해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지원하고 있었고, 어머니 역시 한국 사회의 다문화 편견을 넘어 자녀가 베트남인 후손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바랐다.
재판부는 민법 제781조 제6항에서 규정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자녀가 한국인 아버지의 혈통뿐만 아니라 베트남인 어머니의 혈통을 함께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복리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성·본 변경이 범죄 은폐나 법적 제한 회피와 같은 불순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족의 정서적 통합과 자녀의 행복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자녀 B의 성과 본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했다.
이번 사건은 혼인 중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친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허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상 자녀의 성·본 변경은 부모의 이혼, 재혼, 또는 양부 입적과 같이 가족관계에 큰 변동이 있을 때 주로 허용되어 왔다. 그러나 본 사안은 부모가 여전히 혼인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고자 한 사례로, 기존 관행의 경계를 넘어선 결정이라 평가된다.
재판부는 민법 제781조 제6항의 기준, 즉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요건을 중심에 두었다. 단순히 부모의 선호가 아니라, 자녀의 정체성 확립과 복리 증진이 핵심 판단 기준이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자녀가 한국인 아버지뿐 아니라 베트남인 어머니의 뿌리 역시 자랑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회적으로 여전히 뿌리 깊은 부성주의 전통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 존재함에도, 법원은 이를 오히려 극복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지목하며 성·본 변경을 허가했다. 이는 부모의 의사에 따른 정서적 통합 강화, 다문화적 정체성 확립,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단순한 사회적 불편이나 편견보다 우위에 있음을 선언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자녀 성·본 변경이 특정 상황(이혼, 재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가 자녀의 행복과 복리를 중심으로 열려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앞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 속에서 더욱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둘째, 다문화 가정과 여성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정체성 문제와 제도적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법부가 기여했다는 점이다. 자녀가 모의 성·본을 따를 수 있다는 결정은 단지 한 가정의 문제를 해결한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넘어서려는 작은 진전을 상징한다.
물론 성·본 변경으로 인해 사회적 편견이나 불필요한 관심을 받을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법원이 명시했듯 이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녀가 자신의 뿌리를 긍정하며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일은, 궁극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선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