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를 처음 읽은 것은

대학생 때였을 것 같다.

당시에는 일문학을 이중전공하고 있을 때라서

뭔지도 모르고 재미가 없어도

그냥 머리에 때려 꽂듯이 읽었는데

한 20년이 넘어서 문득 제목만 떠올랐다.


1933년, 겨우 서른일곱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뜰 때까지,

훗날 자신의 작품이 애니메이션이 되고,

그 첫머리에 ‘이수현 씨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나올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어떤 아저씨가 크… 좋다, 라며 배껴 쓰고 있을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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