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을 감사하는 날이 다시 와주기를
2025.11.16
나는 신앙이 있다.
기독교라는 것,
교회를 간다는 것,
모태신앙이라는 것.
이런 범주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
나에게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같은,
그런 신앙이 나에게는 있다.
지구가 둥근 것이 당연한 세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는 것이 당연하고
지구가 둥글지 않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하듯
나에겐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 모든 것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나를 가장 좋은 곳,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있다 없다를 논해본 적 없는 그런 누군가가 나에겐 당연하다.
돌이켜보면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그런 누군가의 존재가 아닌 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순간들은 수십년간 쌓이고 쌓여
예상과는 다른 순간을 마주했을 때 주저앉지 않고,
그런 순간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성경 통독을 해본적도 없고,
교회를 매주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행동으로 생겨난 것이 아닌 신앙이 나에겐 있다.
물론 그런 신앙도 흔들린 순간이 있냐고 물으면,
있다.
본적 없는 누군가를 원망한 순간이 있냐고도 묻는다면,
많다.
그치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신앙은 감사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원망이 자리잡은 순간에도
나를 향한 변함없는 계획이 있고,
무엇보다 실수가 없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이 힘든 순간도 나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려는 것,
내 부족함을 더 들여다보고, 더 겸손하기 위함이라는 것,
흔들리며 생겨난 구멍을 그런 감사함으로 채워가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구멍만 늘어나는 날들이 생겼다.
그게 꼬박 1년을 넘어가는 중이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들의 연속.
어찌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날들을 보냈다.
선명했던 믿음도 열린 수도꼭지 마냥 늘어나는 눈물엔 속절없이 잠겼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날이 생겼고,
그런 날에는 구멍을 애써 덮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가지 포기하지 않았던 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일이 왔을 땐,
그 다음이 오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주어진 그 하루만은 잘 버텨냈던 것.
버티다보니 다시금 내 신앙은
관성마냥 주어진 모든 상황에 감사하는 방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렇게 땅에 두 발을 온전히 내딛는 날들이 늘어갔고,
그렇게 내가 계획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변화가 생겼고,
온 마음으로 감사하는 날들도 내게 다시 왔다.
그런데,
오늘처럼 다시금 무너지는 날엔
이렇게 글을 쓰지 않고서는 생각이고 신앙이고 아무런 정리가 되지 않는 이런 날엔..
덮은 자국이 채 희미해지기도 전에
너덜해진 마음에 또 다시 구멍이 생기면,
정말 어찌해야할지
신앙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버텼을지,
아이러니하게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대체 어떤 이유로,
어찌하시고자,
이렇게까지 오래동안,
마르지 않는 눈물을 주시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가 없다는 것.
그것 하나는 확실하니까.
다시금 오늘을 감사해할 날이 올거라는 믿음으로 버텨본다.
-
이로부터 꼬박 3달이 지났다.
이 글을 작성한 다음날, 한없는 눈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고백한 이후
내 삶은 어디선가 아주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누군가 주신 작은 변화는 이 넓은 땅에서 점점 작은 점으로 소멸해가던 나를 자꾸 키워냈다.
그리하여 결국 웃으며 감사함을 고백하는 날을 불러왔고,
지난 3달, 어제, 오늘, 그렇게 매일을 그런 행복에 살게 했다.
내 신앙은 그렇게 여전히,
항상,
감사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