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속 생각들을 제때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글감이 떠오른다.
한번 떠오른 글감은 몇문장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어떨땐 순식간에 한 단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내 머릿속 타자기는 내 손가락 보다 빠르고 부지런해
수많은 글감들은 이 세상의 기록으로 남지 못하고 금방 휘발된다.
정말 가끔,
운이 좋게 노트북이 근처에 있거나, 핸드폰에 끄적여둘만큼의 체력이 남아있을 때,
그럴때만 그 희미한 글감들은,
내 가장 젊은 날의 기억은, 선명한 글로써 남았다.
디씨에서의 지난 5개월이 그랬다.
대부분의 기억은 화창한 디씨의 어느날 선선한 바람따라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엉엉 소리내어 울다 잠든 숨소리에 묻히기도하며 모조리 흩어졌다.
그러나 곧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져버릴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어 열심히 발버둥친 날에는
그 아등바등한 몸짓이 일기장 한칸의 끄적거림으로 남았다.
일기장을 들춰보는건 꼭 타임머신을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을 거스를수 있는 힘이 (아직은?) 없는 인간에게 '기록'이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방향이 하나라는 것. 뒤로 갈수는 있어도 앞으로 갈수는 없다는 것.
슬프게도 항상 어제의 나만이 내일의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
손바닥보다 조금 큰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보니
지난주의 나는 무기력했고,
그 전주의 나는 불안해했고,
그보다 더 오래전의 나는 설레어 했고,
그보다 더더 예전의 나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기대했던 나와 무기력한 나의 대화는 띄엄띄엄 이어져왔지만,
그럼에도 확실했던 건 점점 내가 지쳐가고 있었다는 것.
하루 걸러 하루 채워지던 칸들이
페이지를 넘겨서야 겨우 한칸 채워지고 있었고,
남겨진 말들보다 날아간 말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계속 말을 건네고 있었다.
지금 나는 앞으로가 기대돼, 그 시간속의 너도 그 다음이 기대됐으면 해.
지금 나는 신나, 그 시간속의 너도 신났으면 해.
지금 나는 불안한데, 그 시간속의 너는 확신이 있었으면 해.
지금 나는 무기력한데, 그 시간속의 너는 내려놓지 않았으면.. 해.
다시 제시간으로 돌아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다가올 시간 속의 나에게 나는, 어떤 말을 건네야할까.
그래서 생각한 건,
오늘 내가 하고싶은걸 하자.
오늘 내가 먹고싶은걸 먹고,
가고싶은 곳을 가고,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쓰자.
글감이 날아가지 않게 하자.
.
.
.
.
.
.
이제와 돌아보니,
그 여름 아등바등하던 내가 너무나 안쓰럽고,
그렇게 버티고 버텨 이곳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얻어낸 내가 대견하면서도,
또 다시 다가올 불안한 시간들은 그때 보다 조금 더 당차게 단단하게 버텨보기를 응원하는 마음에
뒤늦게 발행하는
지난 8월,
한 여름의 기록.
Just in case no one has ever told you,
you were, and you are
doing amaz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