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삶의 방향

- 그러니 매순간 감사하자

by 소소한 연필

소중한 이를 두고 행복했던 추억 가득한 영국을 떠날때,

그 어렸던 열다섯 소녀는 기대했을까,


지나가버린 기회들에 차디찬 눈물을 흘리며 막막한 미래를 떠올릴 때,

찬란한 스물 남짓의 청춘은 알았을까,


과거의 기억을 놓치 못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어둠속에 잠겨있을 때,

빛바랬다 생각한 서른살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내 생애 절대 살지 않을거라 호언장담했던 미국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꿈을 품고 온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일하고,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넓고 자유로운 도시를 누비며 일상을 살아내게 될 거라는걸.


어릴적 막연히 꾸었던 꿈을

이렇게 생생히 보고 느끼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할 수 있게 될 거라는걸.


아직 공기가 찼던 지난 봄, 이 곳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도,

나는 몰랐다.

단지 여름만이 아니라, 할로윈을, 크리스마스를

올해 제대로 보지못해 아쉬웠던 벚꽃을,

여유로웠던 여름을 다시 마주하게 될거라고는.


이렇듯 삶은 늘 예상하지 못한 축복의 연속이고,

그 축복을 온전히 감사해하기 위한 이별의 연속이다.


그러나 아직도 덜 자란 나는

축복을 담보로한 이별이 여전히 아프고,

내 상처는 잘 아물지 않는걸 알기에.

조그마한 생채기에도 겁을 먹게 된다.


분명 내가 담겨있는 공간은 100배가 되었는데,

내 마음가짐과 내 자신감이 덩달아 커지는 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나는 겁많고 생각 많은,

이곳에서는 원하지도 않는 꼬리표가 하나 더 늘어,

아시아 여자애다.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이별과 축복을 번갈아 겪고나니

이렇게 주어진 기회와 새로운 환경에 감사하지만,

너무나 감사하지만,

이 기회가 가져올 또 다른 이별은 무엇일까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아예 새로운 기회를,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기에 이른다.


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나는 어째 점점 더 작은 점이 되어간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보면

어느덧 축복에도 이별에도 덤덤해지는 어른이 되는걸까 생각한다.


세상은,

삶은,

혼자 살아내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서 온전히 설 수 있을 때

살아내기가 아주 조금은 쉬워지는 것이라고,


늘 다른 누군가에게 내 행동의 이유를 묻고 답을 구하던 나에게는

그런 깨달음도 축복이라면 축복이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그렇게 온전히 누리다보면

이별보단 축복이 먼저 연달아 찾아와주지 않을까하는 욕심을 살짝 부려본다.




다비치 - 타임캡슐


어제의 나를 담은 일기장과는

달리 생각보다 훨씬 많이 당찬

환한 여정

활짝 펼쳐

나아가려던 꼬마 아이잖아


어디까지 갔나요

또 어떤 어른이 됐나요

언젠가 내가 마주할

아주 먼 미래의 난

그 꿈을 이루나요


어디쯤에 온걸까

나도 모르고 왔단 말야

언젠나 뭔갈 되뇌던

아주 먼 과거의 기억

어떤 꿈을 꿨던 걸까 난


어디로 가볼까요

어떤 삶이 되어볼까요


어디도 못갔지만

웅크려 있었던 것 뿐이야

이제 다시 툭툭 일어서

한 걸음 두 걸음 날

믿고서 난 걸어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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