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안경점에서 맞춘 안경은 결국 쓰지 않았다. 십 년 이상 한 몸처럼 함께했던 안경에 대한 거부감은, 라식 수술 이후 두 번째로 사 온 안경 역시 서랍에 모셔두게 만들었다. 결국 나안 시력이 별반 다르지는 않겠지만 안과에 가서 다시 안경 처방을 받아 보기로 했다. 건강 검진, 안경점, 안과까지 시력은 잴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안과에서는 안경점에서 말한 시력보다 조금 높은 시력을 말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저교정을 해서 되겠냐는 실랑이가 없었다. 안경을 처방하는 간호사는 PC 사무용 안경을 원한다는 내 말에 나를 PC 앞에 앉혀 놓고는 내가 원하는 오른쪽만 도수를 넣은 1단계부터 차츰 높아지는 3단계까지의 안경 도수를 제시했다. 짝눈인 두 눈의 도수 차이는 동일하게 두 단계씩. 나는 그가 제시한 셋 중에서, 가운데 도수인 두 번째 안경을 선택했다.
이게 진료비만 받는 안과와 안경을 팔아야 하는 안경점의 차이인지, 단지 안경을 처방하는 안경사의 개인차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다시는 체인 안경점을 찾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안과에서 준 안경 처방전도 결국은 사용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안경점에 다시 가야 한다면 동네 작은 안경점을 찾을 것이다.
물론 내가 바라는 것은, 다시는 안경점에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시력은 수십 년 전 내가 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한 바로 그 시력과 같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모니터가 보이지 않고, 안구 근육이 땅기며, 어깨가 결리는 시력.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안경이란 내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