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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필요할 때만 쓰세요.

by 소소산

아침,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바꿔먹으면 편해질지 모른다고. 일할 때는 당연한 듯 안경을 쓰고, 그저 안경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면 지금의 고통은 사라질 거라고. 수술한 눈인데, 절대로 안경은 쓰지 않고 싶다는 이 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안경은 필요할 때만 쓰면 된다고. 종일 안경을 끼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고도근시가 된다는 걸 알지 못했다. 고도근시는 각종 안질환의 높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을 때마다 두려움은 쌓여만 갔다. 나는 닥치지 않은 질병을 무서워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순간이 늘어났다.


사람이 우울해지면 합리적인 판단이 흐려진다고 한다. '그래, 안경만 쓰면 편해질지 몰라.' 하다가도 어느새 재수술을 떠올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게 된다. 재수술이라니,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선택이 라식이면서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요즘이야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얼마든지 찾아보고 궁리한다면 상시 착용하는 안경이 독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또 어느 누군가는 매년 새로운 안경으로 바꿔 쓰면서 끝도 없이 시력이 나빠지는 길을 가고 있을지 모른다. '안경은 필요할 때만 쓰세요.' 이 한 마디. 의사와 안경사가 말해줄 수는 없는 걸까? 부디 모든 사람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용한다면 결코 안경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시력까지는 이르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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