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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저자_임세원

by 소소산

비문증과 시력저하로 인한 울적함을 극복해 보겠다고 명상까지 시작했지만 때때로 생각했다, ‘나 우울증인가’ 하고. 눈 뜨고 있는 시간이 괴로우니 자꾸만 눈을 감게 되고 잠자는 시간만이 맘 편하게 느껴져서 잠이 많이 늘었다. 정확히는 누워있는 시간이. 그러다 며칠 전 큰 글자책(안구가 노화되었으니 책을 읽지 말라던 의사의 말에 생각해 낸 궁여지책이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펼쳐 들었다. 나는 책을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많이도 울었다.


그의 이름은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고통을 참아가며 의사라는 직업을 놓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가 전하는 말의 핵심은 하나였다, 일상을 놓지 말라고. 우울이라는 덫에서 헤어나는 방법은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식사를 하고, 외출을 하고, TV를 보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그가 상담했던 많은 환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우울증은 죽음을 실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고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럴수록 일상을 살아내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그 고통이 아주 조금은 덜어지는 순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을 조근조근 써 내려갔다.


그의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됐다. 어쩌면 실컷 울어서인지도 몰랐다. 책을 다 읽자마자 그가 쓴 또 다른 책이 있나 검색해 봤지만, 그의 책은 이것 단 한 권뿐이었다.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안타깝고 아까운 마음이었다. 그래도 그라면 하늘에서 웃어주지 않을까. 그의 이야기로 인해, 앞으로도 이 세상 누군가는 일상을 열심히 살아보겠노라 다짐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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